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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수축제 장기복용 만성 편두통 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편두통이 생겼다고 해서 무조건 혈관수축제를 사용하면 병을 키워 만성화할 수 있습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의대 두통센터 스티븐 실버스타인 소장(사진)은 편두통의 발생 원인과 과정이 규명되면서 치료에도 획기적인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국내 두통학회(회장 삼성서울병원 정진상 교수) 초청으로 내한했다.

편두통 중 가장 흔한 것은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는 것 같은 박동성 편두통이다. 때문에 학계에선 혈관의 비정상적인 확장이 편두통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엔 통증을 감지하는 3차신경과 혈관팽창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편두통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편두통의 좀더 구체적이고 상세한 내막이 드러난 것이다.

그는 "이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그동안 편두통에 사용하던 혈관수축 약물이 혈관 확장을 사전에 차단하는 약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두통이 생겼을 때는 3차신경의 작용을 억제하는 트립탄 계열의 약을, 예방을 위해서는 혈관확장이 이뤄지는 과정을 중도에 차단하는 토파맥스를 처방한다는 것.

토파맥스는 간질환자에게 쓰이는 항경련제다. 그는 "소량 사용할 경우 편두통을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대규모 임상을 통해 입증돼 미 식약청의 사용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활 속에서 편두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했다. 담배와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 스트레스는 편두통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 카페인은 일시적으로는 혈관을 축소시키지만 반동작용으로 혈관을 더 이완시켜 편두통을 발생시킨다.

인공조미료, 식품에 들어가는 방부제, 또 식사를 걸렀을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저혈당 증세도 악화요인이다. 과격한 운동은 갑자기 혈관을 확장시킨다고 그는 경고했다. 혈관이 적응할 수 있도록 서서히 운동강도를 높여야 하며 운동량도 빠르게 걷는 정도가 좋다는 것이다.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은 약물로 인해 발생하는 만성 편두통이다.

스티븐 박사는 "혈관수축제는 일시적으로 증상을 좋게 하지만 결국 반동현상 때문에 편두통이 만성화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두통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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