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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51) 한산도가(閑山島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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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시인

유자효 시인

한산도가(閑山島歌)
이순신(1545∼1598)
한산섬 달 밝은 밤의 수루(戍樓)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적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 병와가곡집

성탄 전야에 생각하는 충무공

마음의 눈물 없이 이 시조를 읊을 수 있다면 그는 한국인이 아니다. 전란의 시기, 밤이 깊은 삼도수군통제영. 적정(敵情)을 살피는 망루에 통제사가 홀로 앉아 있다. 언제나 긴장을 풀 수 없기에 큰 칼을 차고 있으나 근심이 깊다. 짓누르는 책임감, 외로움이 천근만근이다. 그때 어디선가에서 들려오는 한 자락 풀피리 소리. 에일 듯 끊어질 듯 마음이 아프다.

장군이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 우리가 있었을까? 연전연승 전쟁의 신에게도 이런 마음의 고통이 있었다. 선조는 무신은 순서를 따지지 않고 채용한다는 원칙을 적용해 종6품 정읍현감이던 공을 정3품 전라좌수사에 제수했다. 무려 7계급 특진이었다. 선조의 이 탁월한 선택이 임진왜란에서 나라를 지키게 했다. 그러던 선조는 불패의 장군을 파직하고 죽이려 했다. 자신의 명(命)에 불복했다는 노여움이었다. 그러나 전장에 무지한 왕의 명에 따랐다면 조선 수군은 그때 궤멸될 수도 있었다. 선조는 이렇듯 문제적 성격을 가진 군주였다. 그런 리더십의 폐해는 백성들이 오롯이 안아야 했다.

세상에 평화를 베풀러 주 예수가 오신 성탄전야. 전선에서 홀로 적진을 응시하며 고뇌하던 장군을 생각한다. 그리고 시대를 넘어 고민 많은 나라를 함께 근심한다.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