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는 블룸버그가 22일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185개국의 인구수 대비 백신 확보 비율을 토대로 OECD 회원국의 '인구수 대비 백신 확보' 순위를 산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이 확보한 백신 물량은 총 6400만회 분이다. 백신을 한 사람이 2회 접종(얀센 백신은 1회)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 인구의 70.8%(3658만9000명)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OECD 32개 회원국이 인구보다 많이 확보 #아이슬란드·콜롬비아·터키만 韓에 못미쳐 #"한국은 전체 인구의 70% 맞힐 물량 확보" #대다수 미계약으로 국내 도입 시기 불분명
한국이 확보한 것으로 집계된 물량 중 현재 정식 계약을 맺은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회 분이다. 화이자(2000만회 분), 모더나(2000만회 분), 얀센(400만회 분) 백신의 경우 아직 계약을 확정 짓지는 못했다. 도입 시기 역시 불분명한 상황이다.
반면 인구수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1인당 2회 접종 기준)한 OECD 회원국은 32개국에 이른다. 캐나다는 인구의 511.3%에 달하는 백신을 확보했다. 캐나다의 인구수는 약 3770만 명인데, 2회 접종 기준으로 전 인구의 다섯배가 넘는 물량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같은 기준으로 인구 대비 영국은 294.7%, 뉴질랜드 246.8%, 호주 229.9%의 백신을 선점했다. 캐나다와 영국은 화이자 백신 접종을 한창 진행 중이고, 뉴질랜드는 내년 3월부터 화이자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이들 '백신 선두그룹'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지난 봄·여름부터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5월 하루 확진자가 0~6명을 기록하던 상황에서도 범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백신 개발사들과 협상을 벌였다. 호주는 백신 구매에 '분산 투자' 개념을 도입해 제조 방식이 서로 다른 종의 백신을 손에 넣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면 인구의 70% 정도가 접종해야 하는데, 백신 물량이 인구의 70%만 커버할 경우 도입한 백신들이 100% 효능이 있다고 가정해도 불안정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더군다나 개별 백신의 효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구수보다 많은 백신을 구매하는 건 일종의 보험에 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전 인구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의 백신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EU의 총인구는 약 4억4800만 명인데, 이를 감안한 백신 확보율은 172.4%다. OECD 가입국 중에선 22개국이 EU 소속이다. 27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EU는 27개 회원국의 인구수를 토대로 할당할 예정이다.
OECD 국가 중 미국(153.7%), 칠레(139.3%), 이스라엘(137.6%), 일본(119.9%), 멕시코(119.2%), 스위스(97.5%)도 인구수 대비 한국보다 더 많은 백신을 선점했다.
OECD 비회원국으로 대상을 넓히면 185개국 중 한국의 인구 대비 백신 확보량 순위는 45위다. 인구보다 많은 물량을 확보한 나라는 우즈베키스탄(110.3%) 등 38개 국가로 늘어난다. 네팔(92.9%), 인도(85.4%) 도미니카공화국(71.1%) 등도 한국보다 인구 대비 확보량이 많다.
백신을 빠르게 확보한 나라 중에는 한국보다 방역 상황이 안정적인 곳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뉴질랜드와 호주 등이다. 월드오미터 집계 기준 뉴질랜드는 누적 확진자 2121명, 누적 사망자 25명이며 이달 들어 하루 확진자는 5명 안팎이 발생했다. 호주는 누적 확진자 2만8219명, 누적 사망자 908명이고 이달 하루 확진자는 6명~44명을 기록했다.
김우주 교수는 "백신 접종 시작 시점보다 더 중요한 건 집단 면역에 도달하는 시점"이라면서 "내년 겨울도 이렇게 보낼 수는 없는 만큼 정부는 지금이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