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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모더나 백신, 주요국들 '입도선매' …韓은 "협상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현지시간) 영국의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500만회분(250만명 투여분)을 구매했다고 발표했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94.5%란 중간 결과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뒤였다. 이미 여러 제약사로부터 백신을 '선 구매' 해놓은 영국은 당초 모더나 백신을 사들일 계획이 없었다. 하지만 모더나 백신의 효과가 높게 나타나자 발 빠르게 움직여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미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이 3상에서 94.5%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미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이 3상에서 94.5%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더나의 발표는 미 화이자가 90% 이상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3상 중간 결과를 내놓은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약 3만명을 대상으로 임상 최종 단계인 3상을 진행해 이중 코로나19에 걸린 95명을 분석해보니 백신을 접종하고도 코로나에 감염된 사람은 5명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화이자가 내놓은 중간 결과를 웃도는 수준인 데다 영하 70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의 백신과 달리 냉장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연내 대규모 백신 접종 기대감 높아져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미 식품의약국(FDA)이 모더나 백신에 대해 최대한 빨리 승인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모더나는 연내 2000만 회분, 내년에 5~10억 회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화이자 백신도 이달 안에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연내 시판될 경우 올해 5000만 회분, 내년 13억 회분을 공급할 계획이다. 연내 대규모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요국가들은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구매전에 나서고 있다.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도 임상에서 높은 효과가 있는 것을 나타나면서 연내 대규모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도 임상에서 높은 효과가 있는 것을 나타나면서 연내 대규모 백신 접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과 마찬가지로 유전물질인 mRNA(메신저 리보핵산)를 활용해 만들었다. mRNA는 우리 몸에 들어와 항원을 만들고 면역을 갖추도록 유도한다.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체에 주입하는 기존 방식보다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제조가 쉽다고 평가된다.

더욱이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보다 유통이 수월하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유통해야 한다. 반면 모더나 백신은 냉장고 냉장실 온도(영상 2.2∼7.8도)에서 최대 30일, 냉동실 온도(영하 20도)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가격은 1회 투여 기준 모더나는 32∼37달러(약 3만5000∼4만1000원), 화이자는 19.5달러(약 2만1000원)다. 두 백신 모두 2회 접종해야 한다.

'입도선매' 나선 美·日 주요국들 … 韓은 "협상 중"

뉴욕타임스(NYT), 데일리메일 등 외신에 따르면 여러 국가가 이미 모더나 백신을 선 구매했다. 미국은 1억 회분 공급 계약을 맺었고, 4억 회분을 추가로 살 수 있도록 조건도 걸어뒀다. 일본 5000만 회분, 캐나다 2000만 회분(3600만 회분 추가 구매 가능), 스위스 450만 회분 등을 확보했다. 이스라엘·카타르 등 일부 중동 국가들도 선 구매를 해뒀다. 이미 5개 개발사의 코로나19 백신을 20억 회분 정도 확보해 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모더나 백신 3상 결과에 대해 "고무적인 소식"이라면서 추가 구매 계획을 밝혔다.

화이자 백신을 미리 사놓은 나라들도 여럿이다. 미국 6억 회분, EU 3억 회분, 일본 1억 2000만 회분 등에 이른다. 영국·뉴질랜드·캐나다·호주·이스라엘 등도 미리 계약을 맺어놨다. 화이자가 내년까지 공급 가능한 백신의 90% 정도가 이미 생산 전에 판매된 것이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3상에서 예방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은 3상에서 예방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AFP=연합뉴스]

주요국들은 이외에도 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드존슨·사노피 등 다른 백신 개발사들의 물량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중국·러시아 등은 자체 개발한 백신을 사용할 계획이다.

우리 정부는 3상 시험에 들어간 5개 업체와 구매 협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17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임상 3상에 들어간 백신은 중복된 것을 빼면 10개 정도 되는데 그중 임상시험 자료나 정보가 부족한 경우를 제외하면 5개 정도가 대상"이라며 "5개 중에서도 시차를 두고 구매하는 각각의 선 구매가 필요하다고 자문위원회의 의견이 모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끝낼 유일한 존재가 백신인 상황에서 백신 선 구매는 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 주요국들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복수의 백신 개발사들과 선 구매 계약을 맺는 이유"라면서 "서둘러 물량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곧 3상 결과 발표 … "부작용 지켜봐야" 신중론도

NYT에 따르면 현재 12종의 백신이 임상 최종 단계인 3상을 진행 중이다. 모더나와 화이자에 이어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도 수주 내 3상 분석 결과를 내놓을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회분 가격이 3파운드(약 4300원)로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보다 저렴하다.

미 존슨앤드존슨은 세계 각지에서 3만명을 대상으로 3상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임상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견돼 잠시 중단했다가 다시 3상 시험을 재개했다. 중국 제약사 시노팜과 시노백의 백신도 3상이 실시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의 예방 효과가 3상에서 92%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3상 진행중인 주요 코로나19 백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3상 진행중인 주요 코로나19 백신.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세계보건기구(WHO)는 잇따른 코로나 백신의 긍정적 임상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부작용 여부 등을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최고 과학자는 화상 브리핑에서 모더나 백신 결과에 대해 "충분히 고무적"이라면서도 "이 백신들이 코로나19로부터 얼마나 오랫동안 보호하는지, 어느 정도 예방하는지, 고령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백신은 우리가 지닌 다른 도구를 보완하는 것이지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며 방역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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