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말못할 고민, 무모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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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전문의를 하면서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인생이란 참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머리처럼 모발이 있어야 할 곳에는 털이 없어서 걱정이고, 없었으면 하는 곳에는 또 무성하게 털이 나 있다.

스트레스가 많아지는 현대 사회 때문인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탈모 때문에 큰 고민을 하는가 하면, 요즘같은 여름철에는 제모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이어지니 말이다.

◇ 여성들의 말못할 고민 무모증

이중에서 여성들의 가장 말못할 고민으로, 무모증 또는 빈모증이 있다. 여성의 중요한 부위, 회음부에 있어야 할 털이 전혀 없거나 적은 경우이다.

이런 경우 여성으로서의 성생활이나 임신, 출산 등에는 전혀 장애가 없지만, 열등감이나 수치심으로 대중탕에도 못가는 등,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더우기 미혼여성의 경우에는 결혼을 앞두고 가장 커다란 고민거리라고 한다.

음모의 성장과 발육에는 유전적 요인, 체질적 요인, 호르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모증의 발생 원인으로는 선천적인 원인과 후천적인 원인이 있는데, 사춘기가 지나도 음모의 발육이 미흡한 경우라면 선천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며, 후천적인 무모증이나 빈모증은 교통사고나 질환, 호르몬 이상 등으로 털이 빠진 이후 복구가 되지 않은 경우이다.

◇ 동양여성에게서 유전적으로 많이 나타나

남성에게서는 극히 드물며,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서양 여성보다는 몽골 계통의 동양여성에게 유전적으로 많이 나타나는데, 빈모증까지 포함하면 한국 여성의 약 10% 정도가 이 질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음모가 해주는 역할은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나, 단지 성행위를 할 때의 완충역할과, 시각적으로 성적인 매력을 나타내는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남자들의 그릇된 속설이나 선입관 때문에 무모증 여성들의 고민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즉, 해부학적인 결함보다는 정신적인 수치심과 열등감이 문제가 되는 것인데, 이제는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있으므로, 더이상 혼자서 고민에 빠질 필요가 없겠다.

◇ 자가모발 이식수술이 효과 좋아

여성 무모증의 치료방법으로써는 자가모발 이식수술로 자신의 머리모발을 모근채 떼어내어 음부에 새로 심어주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여성의 무모증 빈모증에 대한 자가모발 이식수술의 성공률이 매우 높았다는 보고도 있었다. 수술 후에는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단 한 번 다 빠졌다가 새로 자라나오게 되므로, 만약 결혼을 계획한다면 최소한 6∼7개월 전에는 수술을 해야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겠다.

시술후 처음에는 원래 음모의 성질처럼 곱슬곱슬 하지 않고 머리카락모양을 가지고 있지만, 1∼2년 정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곱슬곱슬한 음모의 형태로 바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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