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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앞서갈수 있다" 기대한 국산 백신, 가장 빠른게 1상 완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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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업계·학계·연구소·의료계 합동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산업계·학계·연구소·의료계 합동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서도 우리가 앞서갈 수 있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9일 한국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 합동회의’때 한 발언이다. 이후 8개월이 지났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국산 백신개발은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승인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승인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산 백신 4종 임상승인 

21일 조명희 국민의 힘 의원 등에 따르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국내 제약사는 4곳이다. 제넥신(제품명 GX-19)을 비롯해 SK바이오사이언스(NBP2001), 셀리드(AdCLD-CoV19), 진원생명과학(GLS-5310)이다. 이중 국가 임상지원 사업(7월 공모)에 선정된 제넥신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각각 93억원, 16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제넥신이 가장 속도를 냈다. 지난 6월 11일 임상 1상·2a상이 승인됐다. 1상은 동물실험을 통과한 백신 후보물질을 처음 사람에게 투여하는 단계다. 안전성 등을 평가한다. 제넥신은 1상을 마쳤다. 이달 안에 약효와 투여량 등을 살피는 2a상으로의 진입이 예정됐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8월 제넥신 유전자연구소 실험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8월 제넥신 유전자연구소 실험실을 방문해 코로나19 백신 개발현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빨랐던 제넥신 

하지만 제넥신은 돌연 후보물질을 바꿨다. GX-19를 ‘GX-19N’으로 변경했다. 임상 1상 데이터에서 당초 제품이 해외 제약사의 백신보다 우수한 약효를 보이지 못했다고 한다. 후발주자인데 약효가 뛰어나지 않자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개발계획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임상시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후보물질이 한 번 바뀌면 인허가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해 2~3개월 지연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DNA 백신 플랫폼 안전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우려했던 일이라는 의견도 있다. 제넥신 백신의 플랫폼은 DNA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일부를 복제해 만드는데, 이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형성을 돕는 방식이다. 자연상태의 균이 아니라 안전성은 높지만, 효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접종을 시작했거나 준비 중인 미국 화이자나 모더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모두 DNA 플랫폼이 아니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DNA 플랫폼 백신은 안정적이긴 한데 효율이 낮은 것으로 학계에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찾아 무진복을 착용하고 품질관리시험실에 들어가 코로나19 백신 생산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찾아 무진복을 착용하고 품질관리시험실에 들어가 코로나19 백신 생산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SK바이오사이언스 1상 못 끝내 

두 번째로 속도를 내는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NBP2001이다. 합성항원방식으로 전통적인 백신 플랫폼이다. 바이러스의 일부만 합성해 항원으로 쓴다. 하지만 아직 1상도 못 마쳤다. 이밖에 셀리드AdCLD-CoV19와 진원생명과학 GLS-5310는 지난 14일에서야 임상 1상 승인이 이뤄졌다. 내년 안에 접종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명희 의원은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 치료제·백신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라며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지 8개월이 지나서야 정부 차원의 임상 지원을 시작하는 등 골든타임을 놓쳐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의원은 “정부의 파격적인 자금 지원과 신속한 임상을 통해 백신 개발 일정을 획기적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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