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약은 독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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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를 하다보면 환자들에게 하루에도 수십번씩 듣고 있는 말이다. 피부과 약은 독하다, 피부과 약을 먹으면 속을 버린다, 피부과 약을 바르면 부작용이 심하다... 등의 근거없는 생각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것이다.

◇ 피부과 약은 독하다?

피부과에서 주는 약 중에서 오직 피부과에서만 해당되는 약은 사실 별로 없다. 일례로, 요즘 사람들이 그리도 거부감을 나타내는 스테로이드 제제는 내과에서든, 정형외과에서든 흔하게 처방이 나가는 약이다. 피부과에서만 사용되는 약이 아니며, 꼭 필요한 약이고 아주 효과가 좋은 약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생각들이 만연해 있는 이유를 나는 우선 과거에 우리가 보다 국민소득이 낮았던 시절, 피부병이 생기면 심각하거나 목숨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병원을 찾고 피부과 전문의를 찾기보다는, 자가진단에 의해서 집에 있는 연고제를 무조건 습관적으로 사용하거나, 약국에서 대신 진단하고 약을 구입해 사용하였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분명 좋은 약이지만, 이렇게 남용할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스테로이드 제제도 제품마다 그 강도에 차이가 많이 있고, 그에 대한 적응증이나 주요 적용 부위가 모두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몸에 발라야 할 약을 얼굴의 약한 피부에 그것도 장기간 발랐을 때는 당연히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 속을 버린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피부과 약을 먹을 경우 독해서 속을 버린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이도 맞지 않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역시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잘못된 생각이 퍼져있는 것일까?

◇ 부작용이 심하다?

피부과에서 가장 흔하게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이 바로 가려움증이다. 특히 요즘에는 심리적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겨울철에는 난방이 잘 되고 여름철에는 냉방이 잘 되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피부도 그만큼 더 건조해지고 가려움증도 더 많이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가려움증을 가진 피부질환에서 가려움증을 달래기 위해 흔하게 처방이 되는 약물이 바로 항히스타민 제제인데, 이 약을 먹을 경우 졸음이 오는 부작용은 있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약은 비단 피부과에서만 처방되는 약이 아니라, 내과에서도 감기 환자에게 흔하게 처방이 되는 약이다. 이 약을 먹고 졸음이 오는 것을 감기 환자 중에서 부작용이라고 나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나, 피부과 환자 중에는 졸립다고 꺼리는 사람이 많아서, 최근에는 졸립지 않은 항히스타민 제제까지 개발이 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쉽게 약국 등에서 호르몬제를 누구나 구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만연이 되어 있었다. 모든 약에는 그 효능 및 부작용이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결과가 따를 수 있다.

그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그 효능을 필요로 할 때 약을 먹는 것이며, 이러한 것에 관해 판단을 해주고 잘 조절해주는 것은 피부과 전문의의 몫이다. 그런데 누구나 병원에 오지 않고도 스스로 자가 판단하여 쉽게 약을 구해 먹을 수 있었으니, 과거에는 이러한 것들을 전문의가 조절하고 관리해줄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 약의 효능 및 부작용…과도하면 독이 되는 것은 당연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적당할 때는 도움이 되고 약이 될 수 있으나, 그 정도가 지나치고 너무 과도할 때는 당연히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피부과 약에만 한한 문제가 아닌데도, 위에 나열한 과거의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이렇듯 피부과 약에 관해 잘못된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위장이나 간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한 좋은 약들도 많이 개발이 되었으며, 약을 복용하기 전에는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가 충분한 상담과, 필요하다면 검사를 통해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약효만 최대로 얻으려는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피부과 약에 관해 막연한 불안감을 버리고, 피부과 전문의가 직접 진찰을 하고 처방을 해준 약이라면 당연히 신뢰하고 사용을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요즘엔는 사람들이 마음이 급해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는 이른바 '병원 쇼핑'이 흔하다고 하는데, 이렇게 병원을 여러곳 다닐 경우에는 자연히 약도 겹치게 되고, 환자의 병력에 따른 일관성있는 치료도 불가능할 것이므로, 한 곳의 신뢰가 가는 피부과 전문의를 정해놓고 다니면서 꾸준히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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