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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이자 낮춰주라는 이낙연 대표,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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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홍지유 금융기획팀 기자

홍지유 금융기획팀 기자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을 줄이라는 것은 명확한 타깃 없이 일괄적으로 금리를 깎아주라는 것이다. 금리자유화 이전으로, 정부가 대출·예금 금리를 정해주던 시대로 돌아가자는 것이냐.”(시중은행 관계자)

4대 은행에 예대마진 완화 주문 #은행 어려워지면 세금 드는데 #너무도 가볍게 시장개입 발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건물주를 위해 “금리 부담을 줄여달라”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금융권이 동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정치권이 금융사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 등을 요청한 적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지난 16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 간부와 가진 화상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어려운 분들이 많다”며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완화에 마음을 써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시중은행 간부와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시중은행 간부와 화상간담회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는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의 핵심 수입원인 예대마진을 줄여 은행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면 결국 그 비용을 일반 소비자나 정부가 떠안게 될 것”이라며 “가장 직접적인 형태로 경영 간섭(가격 통제)에 나서게 되면 은행이 어려워질 때 정부가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결국 세금이 투입되며 민간 금융의 기능이 퇴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납세자료를 활용해 실제로 급격히 소득이 감소한 사람들을 직접 선별하고 직접 지원하는 편이 행정적으로도 더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시중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국내 은행들이 올해 3분기까지 기록한 순이자마진(NIM)은 1.40%로, 지난해(1.56%)보다 0.16%포인트 하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실정이다. NIM은 예금과 대출의 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다. 수치가 떨어질수록 예대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은행들의 평균 NIM은 2.81%다.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유로존 은행들도 1.4%의 NIM을 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은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공적인 기능을 담당하면서, 증시에 상장된 사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장사’ 못한다는 평가를 무서워하기보다 예대마진이 높으면 ‘이자장사’라는, 수수료 수입이 많으면 ‘수수료 장사’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자든, 부동산가격이든, 가격변수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반드시 부작용을 부른다는 기본적인 경제원리를 문재인 정부 사람들은 너무나 가벼이 여기고 있다.

홍지유 금융기획팀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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