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철수 출마에 초조해진 與…"변절자""안철새" 저주 퍼부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오종택 기자

“서울 시민들은 변절자를 좋아하지 않는다.”(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철수의 ‘새 정치’가 ‘안철새 정치’는 아니길 바란다.”(장경태 민주당 의원)

20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변절자’ ‘안철새’ 같은 거친 단어로 응수했다. “2022년 대권 가망이 없자 전략상 후퇴를 한 듯하다”(안민석 의원), “출마선언은 했으되 완주를 못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정청래 의원)이란 냉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선 “안 대표의 출마가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판도를 흔들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오랫동안 ‘독자 노선’을 표방했던 안 대표가 이번엔 ‘야권 단일화’와 ‘2022년 대선 출마 포기’를 명시한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이 정도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질 거라고 예상하진 못했다. 정치권에 10년 있다 보니 '진짜 정치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9년전 민주당 수순 밟나

안 대표의 출마로 중도층을 둘러싼 싸움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다. 폭발력과 지지율 등이 처음 정치권에 입문하던 2012년에는 못 미치지만, 여전히 안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군보다 중도층 유권자의 선호도가 높다. 안 대표 역시 이날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실용과 문제 해결의 정신으로 당면한 서울의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특히 “제1야당만 아니라. 중도와 합리적인 진보까지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게 필요하다”며 야권 외연 확장에 나서겠단 의지도 내비쳤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뒤, 건물 밖에서 한 지지자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한 뒤, 건물 밖에서 한 지지자의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는 내년 보궐선거를 ‘진영 대결’로 상정했던 민주당에겐 변수다. 민주당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과 5·18 왜곡 처벌법, 대북전단살포법 등을 잇달아 강행처리 하며 산토끼(중도층)는 일부 이탈해도 집토끼(민주당 지지층)를 다지는 잡는 전략을 펼쳤다. “어차피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으니, 전통적 지지층의 요구를 받드는 게 당 입장에서 유리하다. 어차피 중도층은 국민의힘을 찍지 않는다”(지난달 민주당 전략통 의원)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안 대표의 서울시장 선회로 이런 구상은 어긋나게 됐다. 민주당 서울지역 의원실 보좌관은 “안 대표가 ‘야권통합후보’를 내걸고 출마한 이상, 국민의힘과의 야권 단일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이는 민주당 박영선 후보 선출→무소속 후보(박원순)와 야권 단일화→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이어진 2011년 10·26 보궐선거와 비슷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후보군도 변화하나

지난 2018년 4월 17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우상호 의원(왼쪽)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 우 의원은 민주당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 도전을 선언했고, 박 장관은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분류돼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8년 4월 17일 오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 참석한 우상호 의원(왼쪽)과 박영선 중기부 장관. 우 의원은 민주당 후보 가운데 가장 먼저 서울시장 보궐선거 도전을 선언했고, 박 장관은 잠재적인 후보군으로 분류돼 있다. 중앙포토

민주당 경선도 영향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출마만 선언하면 친문 당원의 전폭적 지지가 예상됐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박주민 의원 등은 ‘중도 확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미 출마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1962년생 동갑인 안 대표는 껄끄러운 상대다. 자칫 ‘전대협 586’ 대 ‘의사·벤처 586’의 구도가 짜일 수 있다.

현재 출마를 저울질 중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 기자 출신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안 대표에 뒤지지 않은 데다, 중기부 장관을 거치며 과거 ‘저격수’ 이미지를 탈피해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장관이 조국·추미애 사태에 한발 떨어져 있다 보니 중도층 경쟁력에서 실점하지 않았다”라며 “다만 약한 조직력 탓에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