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 현역군인·의무경찰 같은 병원서 간이식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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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경화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현역군인과 의무경찰이 같은 병원에서 나란히 간 이식수술을 받았다. 대전 북부경찰서 방범순찰대 허길수(22) 수경과 육군 제1288부대 통신병인 고동림(22) 이병이 두 주인공이다.

許수경은 10여년 전 간 경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아버지 허창용(46)씨 곁에서 줄곧 병 간호를 해오다 재작년 의무경찰에 입대했다. 그러다 제대를 4개월여 앞둔 지난달 중순 아버지가 합병증으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자신의 간 60%를 떼어내 드리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말 삼성서울병원에서 11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친 許수경은 "자식으로서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라며 "제대 후 의대에 진학해 아버지 처럼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 하루 전 高이병도 이 병원에서 자신의 간 일부를 아버지 고석문(50)씨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두달 전 입대한 高이병은 아버지의 병세가 급기야 간암으로 발전하자 휴가를 얻어 수술대 위에 누웠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두 부자의 수술을 잇따라 집도한 조재원 교수는 "정상적인 간은 전체의 70%를 잘라내도 절제 후 3개월이면 이전과 거의 똑같은 크기로 재생된다"며 "네 명 모두 양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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