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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침몰선 군산 앞바다서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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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전북 군산 앞 30㎞ 지점인 십이동파도 무인도 인근 해역을 긴급탐사한 결과 고려시대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선박이 발견됐다.

이번 탐사는 지난달 24일 어부 윤모(40.군산시 옥도면)씨가 조업 중 그물에 접시 등 청자 6백22점을 건져 26일 군산시청에 신고하면서 시작된 것이어서 '제 2의 신안선'으로 부를 만하다.

신고를 받은 문화재청이 극비리에 발굴작업을 벌인 것은 지난 1~7일. 탐사팀은 최근 고려청자 등 유물 수천점이 침몰된 배와 함께 수장된 것을 확인했다.

국립 전주박물관의 학예실 관계자는 "유물은 대개 대접과 접시 등 식기류였다"면서 "이들 청자는 문양이 없고 상감청자 직전 시대의 유약을 사용한 것으로 봐 11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건은 1976년 1월 전남 신안군 지도면 앞 바다에서 중국 룽취안(龍泉)요의 청자(靑瓷)가 인양되면서 시작된 신안 해저유물 발굴과 비교될 만하다.

거대한 목선(木船)에 실려 있는 청자.백자.금속제품.석제품.목제품.칠기는 물론 동전과 목간(木簡) 등 약 20t의 유물을 전부 건져내는 데 무려 8년이 걸렸다. 수심 20m로 깊은 데다 탁류로 시계(視界)가 없어 유물을 찾고 건져올리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십이동파도 배'는 '신안선'처럼 크지 않고 선체 일부가 갯벌 위로 드러나 있으며 보존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 해양유물전시관 관계자는 "배는 11세기의 한선(韓船)으로 추정되며 청자를 비롯한 유물들이 흩어져 있지 않고 몰려 있는 등 매몰 상태가 매우 안정적"이라고 말하고 "물도 탁하지 않은 등 작업환경이 좋아 수중 고고학적으로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찾은 침몰선이 우리 고대 선박사 연구에 획기적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여기가 지난해 3천여점의 고려청자를 인양됐던 비안도로부터 40여㎞ 떨어져 있어 고려시대 물자 유통 시스템 연구에도 새 계기가 될 전망이다.

청자 등 유물과 배의 인양까지는 2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배의 복원 여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은 10일 오전 10시 서울 경복궁안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군산 십이동파도 해역 긴급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군산=이해석 기자,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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