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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 1000명, 이낙연·이재명 병상확보 경쟁…이낙연은 설득,이재명은 집행

중앙일보

입력

“오늘 5개 금융기관이 연수원 721실을 코로나19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오후 2시52분 페이스북에 이날 열린 금융업계와의 화상간담회 결과를 알렸다. 하나은행(216실)·신한은행(103실)·우리은행(102실)·국민은행(70실)·KB증권(230실) 등이 수도권 소재 연수원을 병상으로 내놓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을 오르내리자 여권이 병상 확보를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집행권한이 없는 당이 직접 신규 확진자 발생이 집중된 수도권 병상 확보에 나서면서 당내 대선후보 선호도 선두 그룹인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가 병상 확보 성과를 두고 경쟁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금융업계와 만나 "5개 금융기관이 솔선해주신 것 같은 연대와 희망의 시민정신으로 이번에도 또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금융업계와 만나 "5개 금융기관이 솔선해주신 것 같은 연대와 희망의 시민정신으로 이번에도 또 이겨내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오종택 기자.

당 조직력 발휘한 이낙연 

민주당이 병상 확보에 뛰어든 건 지난 11일 비공개 당ㆍ정 협의가 계기였다. 이 자리에서 정부로부터 병상 확보의 어려움을 보고받은 이 대표는 참모진에 아이디어를 구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 등이 연수시설을 둔 대형 교회와 금융권을 설득하자고 의견을 냈다고 한다.

금융권과의 접촉은 오영훈 비서실장을 비롯해 각 은행 수뇌부와 친분이 두터운 의원들이 맡았고 교계 설득에는 국회 조찬기도회장인 김진표 의원이 나섰다. 당 대표실 관계자는 “금융권은 상반기 대유행 때도 연수시설을 내놓은 적이 있고 교회 측엔 교회발 집단 감염 빈발로 받아온 따가운 시선을 극복할 기회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등 서울·경기 소재 대형교회 5곳이 연수원 890여실을 생활치료센터로 개방하기로 한 게 첫 성과였다.

이날 금융권과의 화상간담회에서 “시름에 젖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는 큰 결심을 해주셨다”고 말한 이 대표는 간담회 종료 뒤 각 금융그룹 수장들에게 따로 감사와 부탁의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7월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가 7월 3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간담회를 갖고 있다. 임현동 기자

행정권 발동 예고로 해결한 이재명 

이 지사는 집행권한을 전격적으로 행사해 일거에 1058실의 생활치료시설을 확보했다. 지난 14일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코로나 확산세가 전시상황에 준하는 엄정 대처를 요하고 있으므로 부득이 관련 법령에 따라 병상과 생활치료시설에 대한 긴급동원조치에 돌입한다”며 “그 첫 사례로 경기도 내 모 대학교 기숙사를 긴급 동원키로 했다. 해당 기숙사의 생활치료시설 전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곧바로 긴급동원명령이 발동된다”고 썼다.  

모 대학은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였다. 말그대로 군사작전을 방불케하는 '긴급 동원'이었다. 지난 11일 경기대 측에 처음 전화로 협조를 요청한 경기도는 12일 토요일에 곧바로 공문을 발송했다. 학교 측이 주말 긴급회의를 소집해 협조키로 하면서 감염병 관리법상의 긴급동원명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전격적 조치다 보니 학교관계자와 피해를 입게된 학생들로부터 적잖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경기대 재학생인 신모씨는 “정상적인 퇴사 일정과 절차가 있는데 갑자기 나가라고 해 강제로 내쫓기는 기분”이라며 “기숙사생들이 분노에 차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경기대 관계자도 “위급한 상황이라 협조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게 뭐냐'는 불만이 꽤 나왔다”고 말했다. 반면 이 지사의 페이스북엔 “옳다면 맞아죽어도 굽히지 않는 소신” 등의 찬사가 이어졌다.

이 지사는 올해 말까지 총 2876명이 사용할 생활치료센터 공간 확보 방침을 밝혔다. 경기대 외에 경기도 안성 소재 국립 한경대학교 기숙사와 한국표준협회 인재원 등을 활용해 추가로 병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대한 피해 없이, 그리고 필요한 보상은 전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9일 경기도 수원시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연구원이 코로나19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막는 조치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요양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 방역취약시설에 우선 보급할 계획이다.에스디바이오센서는 1만 명이 검사할 수 있는 분량의 키트를 기증한다. 연합뉴스

9일 경기도 수원시 에스디바이오센서에서 연구원이 코로나19 신속 항원진단키트를 보여주고 있다. 수원시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을 막는 조치로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해 요양병원과 사회복지시설 등 방역취약시설에 우선 보급할 계획이다.에스디바이오센서는 1만 명이 검사할 수 있는 분량의 키트를 기증한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 대표와 이 지사가 경쟁적으로 확보하는 병상들은 모두 경증 환자들을 격리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여서 위기 대응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지도부에 속하는 한 여권 인사는 “코로나에 감염돼도 치료를 못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가장 시급한 중환자실 확보 문제는 아직 시원한 해결책을 못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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