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과장·부장님이 사라진다…SK이노베이션 직급 파괴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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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SK이노베이션이 임원 이하 일반 직원에 대해 ‘단일 직급’ 체계를 도입한다. 내년부터 기존 ‘사원-대리-과장-부장’의 직급을 없애고, ‘PM(Professional Manager)’ 직급으로 통일한다.

내년부터 단일직급 PM으로 통일 #승진 사라지고 성과 따라 대우

14일 SK이노베이션 측은 “지난 11월부터 구성원들의 공모와 투표를 통해 선정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에 기여 ▶업무 전문성을 지향·반영 ▶SK이노베이션 계열만의 개성 반영 등 심사 기준에 따라 임직원 최종 투표를 거쳐 PM이 단일 직급명으로 최종 선정됐다. PM은 스스로 업무를 완결적으로 관리하는 프로페셔널한 구성원이 되자는 의미를 담았다.

단일 직급을 도입하는 만큼 전통적인 승진이라는 개념도 사라지게 된다. 보상 체계 등과 관련해선 후속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직급이 아니라, 성과에 따른 대우를 받게 된다. 다만 실무를 관리하고 책임지는 ‘팀장’의 명칭인 ‘PL(Professional Leader)’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실 이번 호칭·직급 체계 개편은 국내 대기업으로서는 어려운 도전이다. 그간 국내 대기업들은 삼성의 경우 ‘프로’, CJ와 아모레퍼시픽의 ‘님’ 등 호칭 파괴를 잇따라 도입했지만, 직원 간 직급 단일화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SK그룹이 올해 초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한 바 있지만, 직원들의 직급 체계까지 단일 직급으로 묶은 건 대규모 제조업체 중 SK이노베이션이 처음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성장’ 관점의 인재관리 정책과 이미 2007년부터 운영해오던 역할(Role) 기반의 체계 운영의 경험이 맞물려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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