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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 부리듯 갑질에 직원 펑펑 울었다" 청렴 1등 부산소방 민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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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소방재난본부가 지난 5월 11일 소방령 이상 간부 소방공무원 98명을 대상으로 간부 소방공무원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소방재난본부가 지난 5월 11일 소방령 이상 간부 소방공무원 98명을 대상으로 간부 소방공무원 성희롱·성폭력 예방 특별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소속의 한 119센터에서 센터장이 부하대원에게 갑질을 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9일 “30대 부하직원 A씨에게 사적인 운전 등을 시킨 부산 모 119센터장 B씨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적으로 운전 등 시키고, 수당 부정수령도

 피해를 호소하는 A씨는 1년 가까이 B씨에게 당한 갑질 일지를 자필로 써 내부고발 형식으로 알렸다. 빼곡히 적힌 갑질일지에는 ‘쉬는 날이었지만 B센터장이 자신을 수시로 불러내 개인 운전기사처럼 부렸다’는 내용, ‘태풍 비상소집 때 충무김밥이 먹고 싶다며 야식배달을 시켰다’는 내용 등이 적혔다. 또 휴가를 갈 때 간부의 눈치가 보여 음식 등을 상납해야 했다는 내용도 이어졌다.

 B센터장의 횡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근무일지를 조작해 19건의 수당을 부정수령한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달력에 없는 4월 31일에 출근한 기록까지 전산에 표기되는 등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소속 센터 관계자는 “우리 표현으로, 하녀 부리듯이 했다. 그럴 때마다 A씨가 울음을 터뜨리며,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부산소방본부가 최근 10년 새 1위 2차례(2013년, 2018년) 등 전국 소방청렴지수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내부 조사가 마무리되어 징계위원회를 조만간 열어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이은지 기자, 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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