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유럽까지 영하 60도로 간다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원료를 해외로 수송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인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행 KE925 여객기로 컨테이너 및 드라이아이스를 포함한 코로나 백신 원료 약 800㎏을 수송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대한항공이 수송한 백신 원료는 국내 업체에서 생산돼 영하 60도 이하의 냉동 상태로 최종 목적지인 유럽 내 백신 생산 공장까지 옮겨졌다.
코로나19 백신 운송에는 제품별 특성에 따라 영하 60도 이하의 극저온 상태와 영하 20도 이하의 냉동, 2~8도의 냉장 등 맞춤형 온도를 제공하는 저온유통시스템 ‘콜드체인’이 필수적이다.
이번 수송에는 208㎏의 드라이아이스로 별도의 전원 장치 없이 영하 60도 이하 온도를 120여 시간 유지할 수 있는 특수용기가 사용됐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지난 9월부터 화물 영업 및 특수 화물 운송 전문가로 구성된 코로나 백신 수송 태스크포스(FT)팀을 구성해 백신 종류에 따른 보관 온도 확인 체계와 운송 시 필요한 장비 등을 확보하고, 백신 출발ㆍ도착ㆍ경유 지점의 필요 시설 점검 및 전용 공간 확대하는 등 코로나 백신의 극저온 냉동 수송에 대비해 왔다.
대한항공은 현재 인천공항 자사 화물터미널에 온도조절 화물 약 100t을 수용할 수 있는 1292㎡(약 390평) 규모의 냉장ㆍ냉동 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백신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내년 중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에 1872㎡(약 566평) 규모의 신선 화물 보관시설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위험물질' 드라이아이스 탑재 기준 새로 마련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유통ㆍ보관 시 초저온 유지(화이자 영하 70도, 모더나 영하 20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드라이아이스를 함께 탑재해야 한다. 하지만 드라이아이스는 승화(고체→기체)되면서 CO2가 방출되기 때문에 항공 위험물로 관리 중이다. 기종별로 탑재 가능한 총량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국토부와 대한항공은 항공기 제작사와 기술 자료를 검토해 항공기 1편당 드라이아이스를 늘려 실을 수 있도록 준비했다.
국토부는 항공기 CO2 배출시스템 점검 의무화, CO2 농도측정기 구비 등 대체 안전관리 방안을 별도 마련하고 항공기 제작사(보잉, 에어버스) 기준을 검토해 드라이아이스 탑재기준을 완화하는 등 코로나19 백신 수송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작년 6월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로부터 코로나 백신을 포함한 의약품의 항공 운송 전문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의약품 운송 서비스 품질 인증(CEIVPharma)’을 취득한 바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하는 코로나19 백신 수송에 대비해 필요한 항공기 스케줄을 미리 확보할 것”이라며 “콜드체인 물류 전 과정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적으로 100억 회분의 접종량이 필요하다. IATA는 전 세계에 필요한 백신 수송을 위해 8000여 대의 보잉747 화물기가 필요할 것이란 예측을 하기도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