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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중환자 병상 12개뿐...서울은 컨테이너 병상까지 동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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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음압형 환자 이송장치를 엠뷸런스에 옮기고 있다. 최근 서울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감염병 전담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음압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음압형 환자 이송장치를 엠뷸런스에 옮기고 있다. 최근 서울시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감염병 전담병원의 병상 가동률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지난달 23일 80대 여성 A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서울 시내 한 공공병원에 입원했다. 지병으로 고혈압을 앓고 있는데다 류마티스 질환으로 약을 장기 복용 중이던 A씨는 입원 열흘여 만에 인공호흡기가 필요할 상황으로 급속히 악화됐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중증도가 높은 A씨를 치료할 여력이 안 됐다. 결국 지난 5일 국립중앙의료원에 급히 환자를 전원할 다른 병원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컨테이너 병상까지 동원

고은실 국립중앙의료원(이하 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장(응급의학과 전문의)은 8일 “당시 서울 7개 의료기관에 중증환자 가용 병상이 있는 것으로 나와 전원을 의뢰했다. 하지만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들어올 중환자를 받기로 해 병상을 내주기 어렵다” “인공호흡기가 부족하다” “중환자를 돌볼 인력이 안 된다” 등의 이유를 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600명 안팎에 이르고, 위중·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 부족이 눈앞에 닥쳤다. 경기도에는 중환자 전담 치료병상이 1개뿐이고, 서울도 8개로 간당간당하다. 이 때문에 서울 확진자의 65%가 확진 다음날 입원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급하게 컨테이너 병상 마련에 나섰다. 2, 3월 대구와 비슷한 상황으로 치닫고있다.

수도권의 코로나 중증 환자 전원을 총괄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요즘 매일같이 병상 확보전을 치르고 있다.

하루 신규 환자가 500~600명씩 쏟아진 이달 초부터 위중·중증 환자가 급증했다. 위중·중증 환자는 지난달 30일 76명에서 1주일여 지난 8일 현재 134명로 60명 가까이 늘었다.

중환자 병상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코로나19 중환자를 즉시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전국에 66개 남았는데 7일 기준 43개로 줄었다. 코로나 유행의 중심지인 수도권은 더 심각하다. 현재 남아 있는 중환자 병상이 12개 뿐이다. 서울 8개, 인천 3개, 경기 1개다.
대전·충남·전남·경남·경북 등 5개 시도는 확보한 병상이 모두 사용 중이어서 가용 병상이 없다. '허수 병상'도 적지 않다. 정부 집계에는 잡히지만 실제로는 환자가 갈 수 없는 곳이다.

서울은 경증 환자 병상도 모자란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원 입원까지 대기하는 환자가 6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컨테이너 병상’을 마련했다. 지난 2~3월 대구에서 등장한 지 10개월여 만이다. 컨테이너 한 개에 경증~중경증 환자 2~3명이 입원 치료를 받게 된다.

서울시는 '컨테이너형 치료공간'을 설치하기로 한 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형 치료공간이 설치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는 '컨테이너형 치료공간'을 설치하기로 한 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형 치료공간이 설치되고 있다. 뉴시스

중앙의료원 고 실장은 “주요 병원들이 입원 환자 상태가 언제 중증으로 악화할지 몰라 병상을 내주기 어렵다거나 간호인력이 없다고 사정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지난주 경기도 포천에서 우리 병원(평촌)까지 중환자가 실려 왔을 정도로 다급하게 끼워맞춰 돌아간 지가 오래”라며 “이제 서울과 경기는 중증으로 악화되면 갈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원한 한 대형병원 교수는 “며칠 전 서울에서 울산지역 병원까지 전화해 병상을 찾더라”며 “코로나19 환자가 숨져야 병상이 겨우 나오는 상황일 정도로 현장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선 코로나 3차 유행이 시작된지가 언제인데, 정부가 그동안 뭐했느냐는 성토가 나온다.
정 교수는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봄부터 중환자 전문병원을 지정하면 민간에서 의료인력을 파견해주겠다고 요청해왔는데 준비가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8월 2차 유행 때도 가정의학과·마취과 의료인력을 교육하자는 제안을 했다. 준비할 기회가 다 있었는데 정부가 왜 손 놓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한 주차장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은 최근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상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부산 연제구 한 주차장에서 코로나19 환자들이 대구 동산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부산은 최근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병상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이라도 상급종합병원이 중환자 병상 분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코로나 중환자는 서울의료원·인천의료원·성남시의료원 같은 지자체 공공병원이 상당수 도맡아왔다. 국립중앙의료원 고 실장은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 등 500병상 이상 민간 병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병상을 내놔야 중환자 수용 여력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에는 숙련된 의료인력이 있어 즉시 치료가 가능한 것도 이점이다.

공인식 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현장대응팀장은 “상급종합병원도 다른 응급환자를 돌봐야 하지만 코로나 환자를 아무도 못볼 상황이 돼선 곤란하다”며 “일부 병상을 나눠서 분담하고 즉시 가용가능한 숙련된 간호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백민정ㆍ황수연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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