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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자산시장 과열 가능성” 부동산·주식 과잉투자 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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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8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8일 “현재 진행 중인 실물과 금융 간의 괴리 현상이 자산가치의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 경제가 좋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최근 주가와 집값 상승세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경고다. 지난 7일 사상 최고인 2745.44까지 상승했던 코스피는 8일에는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 공세로 2700.93까지 밀렸다.

“현재 진행 중인 실물·금융간 괴리 #자산가치 조정으로 이어질 수도” #저금리·돈풀기 종료 이후 대비 강조

김 차관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주요국 주가가 상승하고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증가하는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엔 금융위원회·한국은행·금융감독원·국제금융센터 관계자가 참석했다.

김 차관은 글로벌 주가 상승세에 대해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된 긍정적인 소식, 미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 타결 기대감 등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주요 인사도 경제의 완전한 회복까지는 여전히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실물 경제의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때 급락했던 코스피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주택시장에선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격상으로 인한 충격은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에서 경제 전반으로 다시 번지는 중이다. 코로나19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600명 선을 넘나들면서 연말 송년회 특수는 사실상 실종됐다.

김 차관은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조만간 백신 보급이 본격화하면 국내·외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자산 가격이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기대 심리까지 더해지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자산시장의 이상 과열 가능성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정부는 부동산 시장으로의 과잉 유동성 차단을 통해 부동산 시장 심리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투자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완화적 거시경제 정책 기조가 위기 이후 정상화될 가능성까지 감안해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고 금리를 대폭 내려 경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금리를 올리고 돈을 거둬들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예산에 ‘3조원+알파(α)’로 편성한 3차 긴급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김 차관은 “부문별·계층별 회복 경로의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며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지원 프로그램에 기대면서 시간을 벌었던 한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한꺼번에 무너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도 나왔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기업부문 취약성 진단과 과제’ 심포지엄에서 “코로나19가 일단락되면서 금융지원이 종료될 때 잠재 부실이 일시에 현재화하는 절벽효과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 당장은 빚을 갚지 않아도 되게 했지만 언젠가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대출 회수에 들어가면 금융회사의 부실이 한꺼번에 급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원장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의 비중이 지난해 14.8%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면서 “저금리 기조에 기대 (한계기업들이) 장기간 연명하면서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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