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운규·채희봉 소환 임박"···檢의 '원전수사' 더 윗선 향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 삭제 혐의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2명을 구속한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 핵심 인물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검찰은 지난 4일 산업무 공무원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고위직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검찰은 지난 4일 산업무 공무원 2명을 구속한 데 이어 조만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고위직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국장급 공무원 A씨와 서기관 B씨를 구속한 데 이어 자료 삭제 경위와 경제성 평가 조작 과정에 윗선이 개입했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자료 삭제는 감사원 감사 방해 목적이라기보다 청와대 개입 흔적을 없애기 위해 이뤄진 행위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안팎에선 조만간 백 전 장관과 채 사장 등을 소환 조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백 전 장관을 먼저 부르고 이어 채 사장을 조사하는 수순이 될 거라는 예상이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압수수색을 통해 백 전 장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이었던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지난달 24일 대전지검을 찾아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을 참관했다.

백 전 장관 '직권남용혐의' 적용 가능성  

 백 전 장관은 2018년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즉시 가동중단’을 산업부 공무원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감사원이 산업부 공무원과 한수원 관계자를 상대로 벌인 조사에서 백 전 장관 지시가 강압적이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A씨는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을 결정하면서 (한수원의) 경영상 자율성을 침해했을 수 있고, 의사결정에 부담을 줬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산업부 공무원은 “(장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는데, 한수원 직원들도 동일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월성 1호기 관련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산업부 공무원 3명 가운데 2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4일 월성 1호기 관련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산업부 공무원 3명 가운데 2명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신진호 기자

지난 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국장급 공무원(2018년 당시 과장) C씨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부터 지침을 받고 백 전 장관에게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실무를 맡았다. C씨는 2018년 4월 ‘월성 1호기를 2년 6개월간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백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가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백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일반적인 직무 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 부당한 목적을 위해 또는 부당한 방법으로 직무 본래의 취지에 반해 직권을 행사하는 죄’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0년 이하의 자격 정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달 2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적극행정 우수부서 시상식을 마친뒤 사무실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적극행정 우수부서 시상식을 마친뒤 사무실을 둘러보며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징계위 잡힌 10일 전 신병처리 가능성"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 진행 과정을 보면 백 전 장관에게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사안이 중대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10일 열리는 만큼 그 전에 백 전 장관 신병처리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검찰 칼끝이 백 전 장관과 채 사장보다 더 윗선을 향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2018년 3월 15일 산업부가 대통령비서실 산업정책비서관실에 즉시 가동 중단보다 운영 변경허가 전까지 가동하는 안으로 보고했다’는 대목이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 ‘즉시 가동중단’이 가장 떨어지는 방안이라는 인식이 있었음에도 핵심부 의중에 따라 이를 밀어붙였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6일 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이틀째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6일 대전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등과 관련,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에서 이틀째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영장실질심사에서 A씨 등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자료는 모두 정리하자는 취지에서 자료를 삭제한 것”이라며 “삭제한 문건 가운데 월성 1호기 관련 자료가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A씨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공무원 2명은 감사원 조사 하루 전날로 일요일이었던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1시24분부터 2시간가량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저장된 ‘원전 조기 폐쇄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하거나 삭제를 지시·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세종=신진호·김남준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