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치에 휘둘리는 한국의 대학 입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14호 21면

문재인 이후의 교육

문재인 이후의 교육

문재인 이후의 교육
이범 지음
메디치

책 제목만큼 도발적이면서도 곱씹을 만한 내용이 풍부한 한국 교육의 현황 보고다. 문제적인 민낯만 드러낸 게 아니라 그럴듯해 보이는 해법도 제시했다.

정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의 이름을 끌어들인 것부터가 교육 정책이 단순히 고립된 교육 영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저자의 시각을 반영한다. 에듀폴리틱스(edu-politics). 교육정책이 교육적 가치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휘둘리는 현상이 2010년대 이후 부쩍 늘어났다는 것이다.

가령 박근혜 정부는 국가영어능력시험(NEAT) 도입 계획을 폐기했다. 쓰기와 말하기 영역을 추가해 한국의 절름발이 영어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 시절 개발된 게 NEAT다. 사교육 팽창을 우려해 소수의 ‘권력집단’이 밀실 결정한 것이다.

저자는 이념 지향을 구분해야 한다면 진보 성향 교육 전문가다. 서울대 분자생물학과를 나와 수능 과학탐구 ‘1타 강사’, 메가스터디 창업멤버였다가 변신, 민주정책연구원(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지내며 진보 진영에 교육 정책을 제안·자문하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교육정책 헛발질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김상곤 쇼크’라고 표현하며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수능 개편 시안을 비판했다. 입시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수능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면서 변별력은 어떻게 확보하려 하느냐는 기본적인 문제 제기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한 결과 개편을 1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은 교육을 통해 계층 상승을 꿈꾸는 대중의 욕망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대입 제도를 잘 모르고, 과열 경쟁을 완화할 궁극적인 해법인 대학 체계 개편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입시·교육의 거의 모든 문제를 건드린 책이다. OECD 선진국과 비교한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읽는 수고가 아깝지 않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