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선후배 온정이 희귀병 물리쳤어요"

중앙일보

입력

4일 오전 9시 전북 전주시 성심여중 3학년 1반 교실에 들어 선 이미나(李那.16)양은 교실 이곳저곳을 찬찬히 둘러 보고 있었다.

1년여 만의 등교가 어색한지 얼굴빛이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친구들은 꽃다발을 안겨주며 미나가 다시 학교에 나오게 된 것을 환영해줬다.

미나는 윌슨병에 걸려 지난해 1월 자리에 누웠었다. 윌슨병은 1백만명당 한명 정도 발병하며 체내에 들어온 구리가 몸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쌓여 간이 굳어져 가는 희귀병이다. 미나의 언니 역시 4년 전 같은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났다.

수술이 급한 상태였지만 월세 단칸방에 사는 처지여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 아버지 성일(成一.39)씨는 2001년 실직했고, 식당일을 하던 어머니는 건강이 나빠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정부보조금 30여만원으로 생활하는 생활보호대상자 형편에 1억원이나 드는 수술은 생각조차 할 형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같은 사연이 알려지면서 미나의 친구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같은 반 친구들을 중심으로 한 2학년 학생들이 '우리 친구 미나를 살려주세요'라는 어깨띠에 모금함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3학년, 1학년 선.후배들도 동참했다.

교내 그룹사운드인 '버드', 댄스동아리인 '엘프'는 전주시내 코아백화점 앞 광장에서 '깜짝 콘서트'를 열었다. 이들이 2주 동안 모금한 돈은 2천여만원이나 됐다.

친구들은 미나의 딱한 사연을 인터넷에 띄우고 방송국에도 알렸다.

성당들이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도교육청.도청 등 각 기관에서의 성금도 이어졌다. 지금까지 모아진 성금은 1억여원.이에 힘입어 미나는 지난해 아버지의 간을 이식받고 이날 친구들과 만난 것이다.

미나는 "나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준 친구들과 주위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공부해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는 의사가 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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