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낫한 스님의 젊은이들에게 띄우는 편지(3)] 자신의 한계를 알자

언젠가 신문에서 본 전화 회사 광고가 생각납니다. 광고 문구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집으로 전화를 거세요. 전화를 걸지 않다가 입게 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은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집으로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합니다.

장거리 전화는 분명 돈이 들지만, 전화를 하지 않았다가는 더 큰 손해를 보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니까 그 광고는 여러분의 속마음을 정확히 읽은 셈입니다.

여러분은 겁을 먹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전화를 거는 것도 진정한 사랑의 마음에서가 아닙니다. 두려움에서 전화를 거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쪼개 쓰기를 바랍니다.

아마 90%는 여러분의 일을 위해, 5%는 여러분의 친구를 위해, 3%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해, 2%는 여러분의 가족을 위해 나누는 식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육체와 인생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런 마당에 어떻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겠다고 자신을 쪼개려 듭니까? 여러분은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합니다.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불교계 지도자 역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글을 보내왔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미국을 조심해야 합니다. 미국은 마치 괴물 같습니다. 선한 것에든 악한 것에든 절대 만족이라는 것을 모릅니다.

가르침이 제아무리 향기롭고 유익할지라도 자신을 잘 간직하지 않으면 선생님께서는 금방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도와달라는 요청이 끝없이 밀려 올테니까요." 이 말은 사실입니다.

사람들의 요구는 순수합니다. 만약 제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명상 모임을 더 자주 갖는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입니다. 틀린 말이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에 제가 사람들의 요구를 전부 수용하여 바쁘게 움직인다면 저는 아마 일이년 안에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저를 찾는 곳은 무척 많은데, 저의 육체와 건강에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사람들의 요구에 '노'라고 대답하는 요령을 터득해야 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순수하고 간절한 요청을 거절하는 일은 무척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너무나 큰 고통에 빠져 있는데, 그리고 제 자신에게도 '노'라고 거절하고픈 맘이 없으니 더 어려운 일이지요. '노'라고 거절하기가 무척 힘들지만 여러분은 자신을 온전하게 간직하기 위해 '노'라고 말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분은 삶을 계속하면서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을테니까요.

직장을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이 가르침을 재차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한계가 있다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한계를 잘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 사회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만큼 지적 수준이 높습니다. 그런 현실을 알고서도 실천하지 못하면 여러분은 금방 사라지게 되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으로 되돌아가서 일상의 매 순간을 치열하게 산다고 해서 직장생활이 망가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가족이 여러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고 받쳐주면서 여러분에게 피난처가 되어줄 것입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가정의 행복과 안정감을 바탕으로 직장에서도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여러분은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온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지혜도 터득하게 됩니다. 심지어 불교 지도자까지도 그 지혜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누구든지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 늘 주위를 살펴야 합니다. 무엇이든지 혼자서 다 잘 해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누구든 타인의 도움을 받으면서 타인에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됩니다.

불교계 지도자라면 아마 자기 제자 중에서도 스승보다 더 큰 능력을 갖춘 인물이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입니다. 사람을 가르치고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