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80% 절제…국내 첫 비만수술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 오전 10시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수술실. 비만 여성 K씨(62)의 복부에 작은 대롱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뚫렸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비만 수술이 소개되는 순간이었다. 수술시간은 1시간30분.

외과 김원우 교수의 집도로 시행한 이 시술은 위의 용량을 5분의 1로 줄이는 복강경 비만수술이다. 일명 '배리아트릭 수술'로 미국에서 2000년에 소개된 이후 4만여명이 받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그렇다면 국내에서도 이 수술이 비만치료의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국내 인식은 의료계에서조차 부정적이었다. 서구처럼 고도 비만환자가 극히 드물고, 다양한 다이어트가 등장하고 있는 마당에 굳이 후유증 우려를 안고 인체에 칼을 대겠느냐는 것.

그러나 집도의인 김교수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우선 외과적 수술의 이점은 크게 세가지. 첫째는 음식의 양을 줄이는 절식효과다. 과체중의 주범인 과식.폭식을 개인의 의지에 맡기지 않고,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둘째는 일찍 포만감을 갖게 하는 것. 포만감이란 식사 후 소화에 관여하는 효소와 호르몬이 나와 뇌중추를 자극함으로써 생기는 생리현상. 일반적으로 이러한 느낌은 식후 20~30분후에야 나타나는데 위가 작으면 음식 배출이 빨라 10분 내 포만감을 갖는다. 역시 음식 섭취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셋째는 요요 호르몬이라고 부르는 그렐린의 감소. 그렐린은 우리 몸이 적정 체중 이하로 내려가면 뇌를 자극해 음식 섭취를 '강요'하는 호르몬이다.

위의 배만부(늘어나는 부위)에서 주로 배출된다. 따라서 배만부를 잘라내는 것은 요요현상의 감소를 뜻한다. 지난해 한 외국 논문에 따르면 운동.절식 등 다른 다이어트와 비교해 위 절제를 했을 때 그렐린이 가장 적게 분비된다고 한다.

김교수는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복강경 시술 개발과 비만 수술의 효용성을 밝힌 연구들이 속속 밝혀져 배리아트릭은 앞으로 빠르게 대중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소개된 수술법은 K씨의 경우처럼 ①위의 크기를 정상 위의 5분의 1정도인 2백㏄로 줄여주는 방법, ②5m나 되는 소장의 길이를 절반 정도 잘라 영양흡수를 줄여주는 방법, ③소장 절제와 함께 위를 1백분의 1로 초소화하는 방법 등 세가지.

지방식 위주의 미국에선 세번째 수술을 선호하지만 밥과 같이 양 위주의 탄수화물을 주로 섭취하는 한국에선 첫번째 수술이 적당하다는 게 김교수의 설명.

물론 이 수술이 모든 비만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은 식이요법.운동.습관교정과 같은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으로 체질량 지수{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가 35이상인 초고도 비만환자다. 또 체질량지수 30이 넘는 고도 비만이면서 당뇨나 고혈압.지방간 등 성인병을 앓고 있는 환자도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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