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프리즘] 손·발 관리 잘해야 오래산다

중앙일보

입력

'베이징에서 나비의 펄럭거림이 뉴욕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

카오스 이론에 나오는 이른바 나비 효과다. 사소한 계기가 때론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뜻이리라.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최근 핀란드 쿠오피오대 연구진은 손가락 관절염이 사망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3천5백여명을 대상으로 일일이 손바닥을 X선으로 촬영한 뒤 손가락 관절염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들을 14년 동안 추적해 사망률을 조사한 것이다. 이러한 대규모 역학조사 결과 손가락 관절염이 있는 경우 남성은 42%,여성은 23%나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주된 사망 원인은 심장병이었다.

그렇다면 손가락 관절염과 심장병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가지 가설을 내놓았지만 가장 설득력있는 것은 운동부족이다.

즉 손가락 관절이 아플 경우 아령을 들 수도 없고, 테니스 라켓을 쥐지도 못한다. 팔굽혀 펴기와 같은 간단한 동작도 하기 어렵다.

손가락이 관절염으로 아픈 것 자체보다 이로 인해 운동에 대한 의욕이 저하됨으로써 동맥경화와 고지혈증.고혈압 등 심장병 악화요인이 유발된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수년 전 강화도 지역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발에 티눈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 경우는 거꾸로 설명이 가능하다. 발에 티눈이 있다는 것은 꽉 끼는 신발 탓도 있지만 그만큼 발품을 많이 팔아 생긴 결과로 본다.

즉 평소 운동을 많이 했다는 뜻이다. 티눈 자체가 오래 사는 데 기여한 것이 아니라 운동이 오래 사는 데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손과 발은 평소 가장 홀대받는 신체 부위다. 조금 아파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손과 발엔 아무리 중대한 병이 있어도 생명엔 지장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서라면 손과 발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손과 발이 편안하고, 건강해야 마음껏 자유롭게 운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손과 발에 관심을 갖고 건강상태를 체크해보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