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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술집 막았더니 멀티방‧모텔…2단계에도 고삐 풀린 방역

중앙일보

입력

28일 오후 8시쯤 경기도 성남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개인 공부를 하거나(왼쪽) 태블릿PC로 동영상을 보는 방문객. 채혜선 기자

28일 오후 8시쯤 경기도 성남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개인 공부를 하거나(왼쪽) 태블릿PC로 동영상을 보는 방문객. 채혜선 기자

28일 오후 8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패스트푸드점. 방문객 44명 가운데 30명 이상은 음식 대신 커피만 시킨 이들이었다. 2단계에서 카페는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포장 판매만 할 수 있다. 식당이나 일부 술집은 정상 영업을 하되 오후 9시 이후로는 포장·배달만 해야 한다. 패스트푸드점은 휴게음식점에 속해 오후 9시까지 매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날 패스트푸드점 이용객 대부분은 마스크를 내린 채 대화를 나눴다. 스마트폰 등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노트북PC로 공부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6명이었다. 친구 1명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을 찾은 20대 대학생은 “카페는 매장 이용이 안 된다고 해서 일단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은 “최근 커피만 찾는 손님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붐비는 ‘방역 사각지대’

28일 오후 9시쯤 분당 서현역 인근 노점상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채혜선 기자

28일 오후 9시쯤 분당 서현역 인근 노점상에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채혜선 기자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리자 갈 곳 잃은 이들이 사각지대 곳곳으로 숨어들었다. 2단계 복귀 후 첫 주말인 이날 도심 곳곳 패스트푸드점뿐 아니라 멀티방·모텔 등 방역 규제를 비껴간 업소에 사람이 몰렸다. 이날 오후 9시 30분 유흥시설이 몰린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선 20대 여성 2명과 남성 1명이 저녁을 먹은 뒤 근처 '멀티방(노래방ㆍPC방ㆍ비디오방 등 기능을 한데 모은 공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이스크림 등 주전부리를 들고 있던 이들은 “갈 곳도 마땅찮아 멀티방에서 영화 한 편이나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티 룸’ 등 여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한 일부 모텔도 사람으로 붐볐다. 오후 10시 숙박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해 확인한 결과 강남·신촌·홍대 등 서울 일대 모텔 40곳의 파티 룸은 이날 예약이 꽉 찼다. 한 모텔 관계자는 “최근 파티 룸을 찾는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며 “다음 주까지 예약이 이미 마감됐다. 연말에도 남은 방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풍선 효과에 방역 당국 '긴장'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나흘 앞둔 2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 수험생 부모가 코로나19 확산 속 자녀의 안전과 고득점을 기원하는 촛불을 켜고 있다. 뉴스1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나흘 앞둔 2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 수험생 부모가 코로나19 확산 속 자녀의 안전과 고득점을 기원하는 촛불을 켜고 있다. 뉴스1

방역망을 벗어난 곳에 인파가 몰리는 ‘풍선 효과’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지난 9월에도 나타났다. 카페 안 취식을 막으면 커피를 파는 제과점 등으로 방문객이 쏠리는 식이다. 방역 당국은 ‘방역 고비’로 꼽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불과 4일 앞둔 때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정례브리핑에서 “일상 감염이 특징인 지금의 유행은 다양한 감염경로를 차단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잠시 일상을 멈추고 가족과 이웃의 안전, 49만 수능 수험생의 안심을 위해 방역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는 3차 유행을 계기로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에 따라 느슨해진 방역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밖에서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면서 카페·식당 등 정작 중요한 실내에서는 거리 두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연말) 모임·회식이 이어지는 등 긴장도도 떨어졌다”며 “이른바 ‘3밀(밀폐·밀집·밀접)’을 피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뿐 아니라 ‘개인 간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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