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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산업은행, 솔직해지자…두고두고 조롱거리 될 것" 왜?

중앙일보

입력

강성부 KCGI 대표. 장진영 기자

강성부 KCGI 대표. 장진영 기자

강성부 펀드(KCGI)가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을 향해 한진칼 유상증자 가처분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항공업 재편을 이뤄낼 수 있지 않냐며 "솔직해지자"고 공개 지적했다. 항공업을 국유화할 것도 아니라면서 의결권 행사 의지를 굽히지도 않는 산업은행을 향해선 "사실상 개인의 경영권을 보장해 준 최초의 사례로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KCGI는 27일 '항공업 재건 위해 솔직해집시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과 조원태 회장은 진짜 국익을 고려해 항공업 재편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CGI는 "지난 10여일간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전·현직 공직자들의 입까지 빌려 막대히 홍보한 내용에는 진짜 국익을 면밀히 검토한 사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며 "진정성이 있다면 항공업 재편은 진행 중인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

최근 산업은행 및 한진칼은 KCGI가 법원에 제출한 한진칼 제3자배정 유상증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항공업 재편 자체가 무산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특히 지난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처분 인용시 "딜이 무산된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긴급자금 투입이 무산된다. 연내 파산을 피할 수 없다. 항공산업 전체가 붕괴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KCGI는 이에 대해 "항공업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진그룹과 정책기관을 자부하는 산업은행이 사익을 위해 국익을 포기한 채 사법부와 국민을 오도함을 개탄한다"며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항공업 재편에 대한 진정성과 의지만 있다면 현재 구조에서 산업은행이 의결권 없는 우선주나 대출만으로도 아시아나 항공 인수가 가능하다"고 반발했다.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나란히 서 있다. 임현동 기자

인천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기가 나란히 서 있다. 임현동 기자

산은의 한진칼에 대한 제3자 유증이 현실화하면 산은은 당장 내년 주주총회서 10% 넘는 지분율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와 별도로 약정에 따라 한진칼 경영진에 대한 해임 권한, 건전경영 감시 권한 등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대해 국유화 논란이 일자 산은은 "국유화는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면서 항공업 지원과 구조조정이 국제적인 트렌드라며 통합 작업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KCGI는 해외 정부의 항공업 지원 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해가며 산은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특히 항공사에 대출 및 보조금 등을 지원하거나 지분 투자를 하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미국·독일·프랑스·영국 등 정부 지원 사례 및 국유화를 전제로 대규모 지분을 취득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탈리아·싱가포르·포르투갈 등 정부 지원사례를 별도로 정리해 첨부했다.

KCGI가 공개한 해외 정부의 항공업 지원 및 국유화·의결권 행사 현황. KCGI

KCGI가 공개한 해외 정부의 항공업 지원 및 국유화·의결권 행사 현황. KCGI

KCGI는 "최근 해외각국의 항공업 지원은 대출과 의결권 없는 주식취득 방식으로 진행되며, 국유화의 경우만 공공자금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며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세계 자유시장경제 주요 국가 중 법의 정신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외면한 채 국가가 항공업 지원을 명분으로 사실상 개인의 경영권을 보장해 준 최초의 사례로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실된 항공업 통합이 목적이라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전문가들은 물론 적절한 외부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차분히 머리 맞대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급할수록 냉정해야만 백년대계의 전략산업인 항공업의 미래와 국익에 부합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아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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