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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부양 길어지고 각자도생 부모 늘어…1인가구 30% 육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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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자녀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간은 점점 늘고, 부모 부양은 부모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졌다.’

2020년 부산지역 가족 실태조사 #‘부모 스스로 부양’ 25%로 급증 #‘자녀 대학까지 돌봐야’ 응답 많아 #전통적 가족 가치관 변화 추세

부산 여성가족개발원(원장 성향숙)이 23일 발표한 ‘2020년 부산지역 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부산에 거주하는 2000가족 중 세대주 또는 세대주의 배우자를 선정해 설문 조사한 결과다. 그 결과를 2013년 조사결과와 비교해 발표했다.

2020년 부산지역 가족 실태조사

2020년 부산지역 가족 실태조사

먼저 부모 부양의 가장 큰 의무가 누구에게 있느냐는 물음에 ‘부모 자신’이란 응답자가 25.5%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국가와 가족이 함께’ 23.0%, ‘아들과 딸 모두’ 21.6%, ‘능력 있는 자녀’ 19.4% 순으로 나타났다. 2013년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부모 자신이라는 응답이 16.9%에서 25.5%로, 능력 있는 자녀라는 응답 역시 9.1%에서 19.4%로 크게 높아졌다. 부모 부양은 자녀의 책임이 아닌 부모 자신에게 있다는 인식과 자녀 중 능력 있는 자녀가 책임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녀를 돌보는 경제적 책임 시기를 묻는 말에 ‘대학교 졸업 때까지’란 답변이 46.3%로 가장 많았고, ‘취업할 때까지 ’23.9%,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7.7%, ‘결혼할 때까지(결혼비용 등 이유)’ 6.2%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2013년과 비교하면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취업할 때까지, 결혼할 때까지라는 응답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녀에 대한 경제적 책임 시기가 더 길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족 내 가치관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가부장적 가족 호칭(도련님·아가씨 등)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은 5점 만점에 3.14점으로, 또 ‘가족은 혈연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함께 거주하며 생활을 공유하는 관계이다’라는 보다 확장된 의미의 가족 인식이 3.57점으로 각각 보통(3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결혼 시 신혼집 마련은 남성이, 혼수는 여성이 책임져야 한다’, ‘남성은 생계부양자의 책임이 있고 여성은 가사와 자녀 돌봄의 책임이 있다’는 등의 전통적인 성 역할에 근거한 인식은 보통보다 낮게 나타났다.

부산은 가족 규모 축소, 세대구성 단순화 등으로 전통적 가족 모습과는 다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가구원 수가 2000년 3.2명에서 2018년 2.4명으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1인 가구는 2000년 13.8%에서 2018년 29.6%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출산 계획은 23.4%로 낮게 나타났고 향후 사회적 여건이 마련될 경우 출산할 의향은 3.8%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2020년 향후 출산할 의향 3.8%는 2013년의 22.9%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자녀 양육의 어려움과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여성가족개발원은 분석했다.

김혜정 부산 여성가족개발원 책임연구위원은 “부산은 지금보다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고 가족구성원에 따라 다른 정책적 욕구를 갖게 될 것”이라며 “부산시 가족 정책은 현재보다 가족 범주를 확대하고 가족 특성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게 정책 방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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