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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고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중앙일보

입력

이틀 뒤면 2002년 한해를 접고 새로운 1년을 맞는다. 언제나 그렇듯 많은 직장인이 거창한 또는 소박한 신년 계획을 세운다.

막연한 기대와 희망 속에서 직장 생활을 더 잘 해보겠다고 다짐도 한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은 왠지 허전하다. 해놓은 것도, 준비된 것도 없는데 나이만 자꾸 먹는 것 같은 불안감. 아직도 꼬여 있는 직장 상사.동료들과의 관계.

쫓기는 직장 생활로 가족과 친구들의 주변에서 겉도는 듯한 소외감… 무엇보다 힘든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시대에 내가 서 있는 길도 흐릿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이다.

'직장인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주는 직장인' 세명을 만나 고민과 근심을 훌훌 털어버리고 희망 찬 새해를 준비할 수 있는 조언을 들어본다.

#무너진 평생 직장-내가 살 길은 무엇인지

▶김영석=삼성 그룹에서는 임직원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의 문제도 함께 고민하고 들어준다. 임직원들의 고민은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 직장 상사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과의 인간적 갈등,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몇년 사이 직장 환경이 급속히 바뀌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나의 직장 생활이 이전보다 훨씬 빨리 끝날 것"이라는 불안과 자기 상실감이 가장 큰 이슈라는 얘기다. 가족과 관련된 고민은 대부분 자녀들의 진로나 교육 및 행동 문제 등이다.

가족 간의 갈등 때문에 상담실을 찾는 임직원도 있다. 자녀 교육이나 진로와 관련된 상담을 하려면 몇달씩 기다려야 한다.

자녀들을 해외로 보내고 자신은 '기러기 아빠'가 되려는 결심을 하고 상담실을 찾는 임직원도 많다. 아이들 교육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이영희=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손에 잡히지 않는 '비전'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종신 고용이 무너진 데다 성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고용 및 임금체계가 바뀌면서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그러나 "내 능력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입사 5~10년 정도의 대리.과장급이 가장 많이 상담실을 찾는다.

통상 이 정도의 직장 생활을 하면 맡은 업무에 대해 싫증이 생기는 데다 전문성을 갖고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욕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못지 않은 것이 상사와의 갈등이다.

특히 권위적이거나 공사(公私)를 구분하지 못하는 팀장을 둔 조직에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야 하는 부하 직장인들의 어려움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정연식=몇년 전만 해도 직장을 옮기려거나 부서 내 사람들의 갈등이 대부분이어서 주로 20대 여직원들이 상담실을 노크했다. 그러나 요즘엔 주고객이 30대 남자 직원들이다.

이들은 대개 자기계발과 인생에 대한 진로 문제를 꺼낸다. '평생 직장'이라는 안전지대에서 살던 직장인들이 이제는 '평생 직업'을 찾기 위해 자신의 길을 심각하게 찾고 있다.

#동료들과의 부대낌-숨기면 병된다

▶정=지난해 직장인 1백명을 상대로 "업무상 가장 대하기 힘든 사람이 누구인가"를 묻는 인터넷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 열명 중 무려 여섯사람 이상이 직장 상사를 꼽았다. 이어 고객(24%), 부하직원(10%), 직장 동료(6%)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직장인들이 다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회사에서 이뤄지는 인간 관계는 일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인간성이 아니라 업무를 중심으로 인간 관계를 맺고 유지해야 한다.

예컨대 일로 조직원을 장악하지 못하는 상사에게 좋은 '업무 인간관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부하 직원들 역시 '상사에게 배운다''고객이 나에게 월급을 준다'는 너(You) 위주의 인간 관계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김=상담을 해보면 동료 간의 갈등보다 상급자나 부하 직원과의 갈등을 토로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윗사람과의 갈등은 부서를 옮기거나 최악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부하 직원과의 갈등 역시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아랫사람조차 잘 다루지 못한다"는 자기 비하감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이=직장 내 조직원들의 갈등은 업무 처리나 평가, 그리고 승진 문제 등을 놓고 많이 생긴다. 특히 상사와 아랫사람 간의 갈등은 대부분 하급 직원이 말없이 참아내는 경우가 많은데다 불만이 쌓이므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윗사람이 부하 직원과 정기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장내 고민 해소법]

#혼자 고민 말고 털어놓자…인생 목표와 스케줄 짜라

▶이=자기 목표와 스케줄을 짜는 일이 중요하다. 가장 큰 고민거리로 자기계발 문제나 직장 내 조직원들 간의 갈등 문제도 마찬가지다. 냉정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신세 타령'은 대부분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는 사람들의 핑계인 경우가 많다.

상담을 해보면 실제로 준비하는 사람들은 성별이나 직급에 관계 없이 별로 흔들리지 않고 일처리 과정에서의 고민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김=안팎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잘나가는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 허탈하고 앞이 안 보인다며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모두가 심리적으로 뭔가에 쫓기고 불안해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고민을 혼자 안고 끙끙거린다든가, '막연히 현재 상황만 벗어나면 되겠지'하는 현실 도피는 문제를 더 키운다. 고민의 종류도 법적인 문제, 경제적인 문제, 건강 문제까지 다양하다.

때문에 평소 고민에 따라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나 통로를 마련해 두는 일이 필요하다. 전문 상담가를 찾기 힘들면 터놓고 이야기해도 될 만한 배우자나 동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공감 받고 위로받으면 생각보다 훨씬 도움이 된다.

▶정=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5년 이상 근무한 직장인은 사회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이다. 때문에 직장인들이 고민을 호소하는 경우는 대부분 자기계발을 위한 일거리를 찾거나 인간 관계를 바꿔보려는 등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때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바람직한 고민 해결법은 고민이 생길 때마다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해결한다는 자세를 갖는 일이다. 반대로 가장 나쁜 모습은 "모든 일을 나 혼자 처리하겠다"는 생각이다. 혼자서는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힘들다. 그래서 백지장도 맞들면 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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