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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예타 면제 비판하더니···똑같이 ‘가덕도 지름길’ 놓는 與

중앙일보

입력

여권은 김해 신공항 사업의 백지화를 전제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이르면 26일 발의하기로 했다. 사진은 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여권은 김해 신공항 사업의 백지화를 전제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이르면 26일 발의하기로 했다. 사진은 부산 가덕도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이르면 26일 발의한다. 신공항 입지는 부산 가덕도로 정하고,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용역은 간소화하고 예비타당성조사(예타)는 생략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패스트트랙(지름길)으로 가덕도에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여권 26일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발의 #예타 면제와 사전용역 간소화 주요 골자 #전문가들 "10조 국책사업 예타 진행해야"

이를 두고 항공ㆍ교통업계에서는 예타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덕도는 예타 전 단계인 사전타당성 검토 문턱조차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항 건설은 국토교통부의 사전 타당성 검토 후, 기획재정부의 예비 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본계획안 수립과 설계·착공 절차를 밟는다. 그러나 가덕도는 두 차례 정부의 신공항 후보지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가덕도, 두차례나 예타 문턱 밟지 못해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에서 가덕도 점수는 100점 만점에 38.3점에 그쳤다. 경쟁지 밀양(39.9점)에도 밀렸다. 당시 입지평가위원회는 “두 후보지(가덕도와 밀양)는 불리한 지형조건으로 환경 훼손과 경제성이 미흡해 공합입지로 적합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가덕도는 5년 뒤 세계적인 공항 분야 전문 컨설팅사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게 또 한 번 ‘공항입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덕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비용’이다. 섬이라는 지역 특성상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깔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든다. ADPi가 추정한 투자비는 11조5890억원(활주로 2개)으로 김해신공항 확장안(4조7320억원)의 두배 이상이다.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의 평가점수와 투자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의 평가점수와 투자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절차를 따르면 예타를 통과 못 할 게 뻔하니 특별법으로 (예타를) 피해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정치권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는 “가덕도는 실제 예타를 하더라도 통과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 바다 위에 공항을 세워야 하는데 수심 깊이를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며 “공항을 짓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돈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수심 실측조사 안해, 10조보다 더 들수도 

전문가들은 10조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쏟는 국책사업인 만큼 원칙대로 예타를 통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999년 도입한 예타 조사는 재정 곳간의 문지기다. 사업의 경제적ㆍ정책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해 예산 낭비를 막는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고, 이 중 300억원 이상을 국비로 충당하는 사업은 예타조사를 하게 돼 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수요까지 고려해 비용 대비 편익이 있는지를 따져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예타는 실효성이 떨어진 사업을 시행 전에 걸러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객관적 검증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권 주장처럼) 예타를 면제하면서까지 신속하게 추진해야 하는 사업인지 의문이 든다”며 “과거 4대강 사업에서 예타 면제를 비판했던 여권이 이번에는 특별법으로 예타를 생략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예타없이 추진했다가 ‘또 하나의 적자공항’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역 숙원사업이란 명목으로 정치인들이 밀어붙인 공항은 대부분 적자다. 지난해 적자가 100억원을 넘어선 곳은 여수ㆍ양양ㆍ포항ㆍ울산ㆍ무안공항 등 5곳(소병훈 의원실)에 이른다. 허 교수는 “수조원 투자한 비용이 그대로 매몰되지 않도록 정치적 해석을 떠나 경제적 효과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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