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해신공항 투자비, 가덕도의 절반…경제성 평가 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 신공항 검증위원회가 내놓은 ‘사실상 백지화’결론에 대해 논거가 옹색하다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문가들의 오랜 논의를 무시한 채 내년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노린 ‘공항 정치’의 시대가 또다시 시작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검증위 검증 보고서를 토대로 주요 쟁점을 짚어봤다.

전문가가 본 검증위 보고서 문제점 #김해신공항 산악장애물 지적하며 #위험성에 대해서는 결론도 없어 #24시간 공항 소음 문제 짚었지만 #유럽 주요공항 야간 통금으로 해결

①산악 장애물 위험한지 검증 못 해=검증위는 산악 장애물 자체가 위험하다는 결론을 짓지 못했다. 김해 신공항 인근의 경운산 일부가 장애물 회피표면(OCS)에 저촉된다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주장에 “군 기준을 적용해도 저촉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공항시설법 34조를 들어 절차적 문제를 짚었다. 법제처에 관련 유권해석을 맡긴 결과 산악 장애물을 그대로 두려면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장애물 제한표면 검토는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안을 고시해야 가능한데, 현재는 반발에 부딪혀 고시도 못 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②2056년의 수요예측까지 한다고?=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이) 확장성 등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검증 과정에서 국토부의 여객수요 예측(2056년 기준 2925만명)이 타당하고, 활주로 용량도 연간 3800만명 처리가 가능해 추가 건설은 불필요하다고 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통상 항공업계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내세우는 2035년 기준으로 수요예측을 하는데 2056년까지 내다보고 예측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말했다.

③24시간 날아야 하나=검증위는 “김해 신공항이 24시간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소음 등의 문제로 야간에는 항공기 운항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24시간 운영은 소음보다 수요 예측에 달려있다. 이용객(화물포함) 규모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된다”며 “세계 주요 항공사도 24시간 돌아가진 않지만, 여객 중심지(허브)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영국 런던 히드로공항 등은 밤부터 새벽까지 일부 운항 제한시간(커퓨 타임)을 두고 있다.

④경제성은 ‘모른다?’=상당수 전문가는 이번 김해 신공항 타당성 검증에서 ‘경제성’ 평가가 빠졌다고 지적한다. 17일 검증결과 브리핑에서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검증위는 과학자, 기술자다. 통계적인 분석은 안 했다”며 “경제성 문제를 어떻게 할지는 관계기관이 다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 분야 전문컨설팅회사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2016년 추정에 따르면 김해 신공항 확장에 드는 투자비용은 4조7320억원으로 여권이 요구해온 가덕도 신공항(활주로 2개, 11조5890억원)의 40% 수준이다. 강경우 명예교수는 “비용 대비 시장잠재력도 낮아 경제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원하는 한 업계 전문가는 “가덕도의 경우 연약지반에 매립비용 등으로 10조원이 들지, 20조원이 들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2016년 예측 당시 나온 10조원을 부산 인구수로 나누면 인당 약 300만원의 푯값을 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염지현·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