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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후 심신단련…달라진 '밤문화'

중앙일보

입력

쏟아지는 업무와 가정에 얽매여 퇴근 이후에도 좀처럼 시간을 내기 힘든 직장인들이 다양한 '야간 문화'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밤 늦은 시간에도 헬스클럽이나 문화센터 강좌를 찾는 샐러리맨들이 적지 않다. 또 동호회나 모임에 참석해 네트워크(인맥)를 만들어가는 젊은 직장인도 늘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지만 2~3차 술자리를 흥청망청 몰려다니는 회식 문화는 많이 사라졌다.

◇심신 단련에 낮밤이 따로 없다

할인점 업체인 삼성테스코 정현주 주임(24)은 4개월 전부터 퇴근 뒤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서울 압구정동 C휘트니스센터로 달려간다. 鄭씨는 "헬스도 즐기고 재즈댄스.발레 요가.스트레칭 강의도 듣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식품팀의 전대수(36)대리는 퇴근 후 집 대신 인근 서울 동호대교 주변의 주차장으로 차를 몬다. 직장 동료 세명과 천호대교까지 달리기 위해서다. 운동복은 차 안에서 갈아입는다.

全대리는 "지난 10월 열린 마라톤 경기 때엔 풀코스에 도전해 5시간10분 만에 완주했다"며 "직장에서도 술이나 회식 자리는 갈수록 줄어드는 대신 퇴근 이후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투어익스프레스 경영지원팀 전용권(34)차장은 매주 수요일 저녁만 되면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는다.

회사 동료들과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를 결성,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두세시간 정도 땀을 흘린다. 全차장은 "내년에는 꼭 인라인 하키팀을 창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색다른 것을 배운다

여행 포털사이트 투어익스프레스의 이명걸(34) 마케팅팀장은 요즘 마술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때문에 일과가 끝나면 오후 7부터 자정까지 마술 공연이 이어지는 서울 신촌의 '매직바 알렉산더'로 달려간다.

李 팀장은 "남다른 취미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우연히 마술을 알게 됐다"며 "보는 것만으로는 아쉬워 마술을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쇼핑몰 회사에서 비서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성희(26)씨는 밤마다 서울 서초동 YMCA 서초지부에서 재즈댄스를 배운다. 5개월째다. 金씨는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려 해도 사람들이 많이 몰려 쉽지 않다"며 재즈 댄스 붐이 거세다고 전했다.

개인휴대단말기(PDA)메이커인 제이텔 마케팅팀 신주용(36)부장은 '386세대'임에도 힙합 댄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그는 "20대들과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자랑했다.

◇분위기에 젖는다

입사 4년 차인 조선호텔 마케팅팀 조승모(32)대리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퇴근길에 서울 청담동 집 주변의 바를 찾는다. 물론 혼자다. 그는 "바에 앉아 책이나 신문도 뒤적이고 바텐더와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앱솔루트'바의 한 종업원은 "일행 없이 혼자 오는 손님이 많이 늘었다"며 "20~30대는 주로 직장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얘기했고, 40~50대는 자녀들의 진학 고민도 털어놓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입패션업체인 웨어펀코리아 마케팅 부서의 박정란(29.여)계장은 "종종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퇴근길에 혼자 바에 들러 보관해둔 술을 한잔씩 한다"며 "친구들끼리 분위기있는 바를 추천하기도 한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바74'의 바텐더 이윤성씨는 "바에서는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떼를 지어 술을 마시러 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단골 고객들 중 여성의 비율도 꽤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혼자 오는 손님들은 피곤한 화제는 질색하죠. 때문에 정치나 종교 얘기 등 무겁고 자칫 말싸움으로 이어지는 무거운 이야기는 절대 금물입니다." 서울 신천동의 '빅터스바'에서 6년째 일하는 김용민(34)지배인의 귀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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