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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북한이 핵 포기 않는다면, 우리도 핵무장 생각해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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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도 핵무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과 주한미군의 핵무기 재반입이 불가능한 경우를 전제로 이같이 주장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이라는 판단 하에 우리도 핵무기를 배치함으로써 전력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외신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언급하면서 “미국 정치·경제 양극화는 우리나라도 겪는 문제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집권세력이 편 가르기식 분열 정치에 몰두하고 있어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라 주장했다. 간담회는 외신기자와의 질의응답 방식으로, 크게 남북 관계를 포함한 외교·안보 이슈와 국내 정치경제 이슈로 구분해 진행됐다.

그는 미국 바이든 정부에서의 대북 정책에 대해 “우리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정책을 유지하기는 매우 힘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실무 협상을 통해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를 확인한 뒤 정상회담을 갖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김 위원장은 이 발언을 거론하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차기 정부의 대북 관계는 트럼프 정부와는 다를까
“북한의 태도로 봐서 당장 큰 진전을 기대하긴 힘들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굳건한 한미 동맹 하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국내에 주둔시키는 방법이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것 같으면 우리도 자체 핵 무장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봐야 한다.”

한·일 관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을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안에 대해서는 “일본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의원연맹 회장 자격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를 만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도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강제징용 문제를 일단 봉합하자고 제안했고, 일본 정치지도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며 현금 지급 유예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대법원 판결(피해자 배상)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일본 측 주장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협약(배상 완료)을 들어 국제법상 이미 해결된 문제라는 것”이라며 “지금의 법률적 대치 상황에서 벗어나 양국 정상이 고차원적으로 만나 협의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에 대해선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중국과 별도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질문은 국내 정치·경제 등 현안으로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제안한 야권연대(‘야권 혁신 플랫폼’)에 대해 “현재 국민의힘 외에 실질적으로 연대할 만한 야권 세력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입지를 확보키 위해 야권연대라는 말을 쓰는데 거기에 현혹돼 정력을 낭비하면 우리 자체적 힘을 기르는 데에도 장애 요인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별로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관한 질문에는 “두 전직 대통령의 옥중생활에 걱정을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면은 오로지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기에 논의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을 선택했는데.
“정치적으로 다시 태어나야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국민의 힘이 나라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기에 이렇게 바꾸게 됐다.”
부동산 급등의 원인 및 대안은.
“정부 정책이 나올 때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는데도 정부는 실패했다는 말을 절대로 안 한다. 이제는 정부가 손을 떼고 민간 시장에다 맡겨두는 쪽으로 가야 한다.”
경제 관련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을 찬성하는데.
“정상적인 기업 운영을 한다고 할 것 같으면 지금 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관련 3법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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