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만 청소년들 맥도널드 상대 집단 소송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의 맨해튼 연방법원에서는 8명의 비만 청소년들이 "비만의 원인을 제공했다"며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를 상대로 제기한 집단소송의 첫 심리가 열려 관심을 모았어요.

1주일에 평균 3~4회 이상 맥도널드의 패스트푸드를 먹어왔다는 이 청소년들은 심각한 비만과 고혈압.당뇨 등의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해요.

여러분도 평소 즐겨먹는 패스트푸드와 비만의 상관 관계와 책임 문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을 거예요. 우선 이 소송에서 피고와 원고 양측이 주장하는 바를 들어볼까요.

맥도널드 비만소송 양측 주장 요지

◇ 원고측

맥도널드는 패스트푸드의 악영향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광고에서 정확한 영양 정보는 빼고 '맛있다'는 메시지만 전달, 청소년들이 별 생각없이 햄버거를 먹도록 만들었다.

소비자의 건강을 해친 부분적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야 한다. 아래와 같은 경고문을 명기하여 소비자에게 패스트푸드의 위험성을 알릴 것을 제안한다.

'경고: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는 비만을 포함한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성장기의 어린이.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

◇ 피고측

소비자가 샐러드 아닌 빅맥을 선택한 책임을 왜 맥도널드가 져야 하는가? 비만은 소비자 스스로 자신의 식습관을 판단.조절해야할 문제이므로 햄버거를 공급한다는 이유만으로 맥도널드를 비난할 수는 없다. 우리는 소비자에게 빅맥을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더구나 청소년들의 비만이 오직 맥도널드의 패스트푸드 때문이라는 정확한 근거도 없지 않은가. 비만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자 이를 기회로 개인적 이익을 챙기려고 소송을 거론하며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1. 양쪽 주장에 다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법정심리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패스트푸드와 관련된 소송과 반대 캠페인 등은 이미 많이 있었다면서요?

지난 7월 몸무게 1백25kg의 시저 바버(56)가 뉴욕 브롱크스 법원에 맥도널드.버거킹.웬디스.KFC 등 4개의 패스트푸드 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비만에 대한 패스트푸드사의 책임을 주장한 최초의 사례였어요.

바버는 1주일에 4, 5차례 패스트푸드를 먹었기 때문에 비만.당뇨.고혈압에 걸리고 두차례의 심장발작을 겪었다고 주장했답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비만으로 인한 미국인의 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을 우려, 지난 6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어요. 이와 관련해 미 상원에서는 '학교 내 패스트푸드 판매 금지법'의 제정을 추진 중이랍니다.

민간 차원에서는 세계 각국의 시민단체들이 '안티 패스트푸드 운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1986년부터 시작된 '슬로 푸드(slow food)'운동은 패스트푸드에 대한 대안으로 전통적인 음식문화를 살려나갈 것을 제안, 전세계에 7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요.

2. 그런데 패스트푸드가 정말 비만과 각종 성인병의 주원인인가요? 왜 우리 몸에 해로운 거죠?

원래 '패스트 푸드(fast food)'는 '싸고 빠르고 맛있다'는 장점에서 붙여진 명칭이에요. 그러나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크 푸드(junk food:쓰레기 음식)'라고도 불리게 됐지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해로운 이유는 우선 지방 함량이 대단히 높다는 데 있어요. 국내는 물론 미국에서도 패스트푸드 업체가 햄버거의 정확한 성분을 발표한 적은 없지만 영양학자들은 햄버거 고기(패티)의 맛과 형태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35~45%가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판단해요.

그래서 패스트푸드를 과다 섭취하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당뇨병.고혈압.동맥경화증 등 여러가지 성인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지는 거예요.

또 칼슘 흡수를 방해할 염려가 있는 화학조미료가 감칠 맛을 내기 위해 다량 사용되고 있어요. 얼마 전 미국에서는 다이옥신.퓨란 등 발암물질이나 환경호르몬이, 우리나라에서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기도 했지요.

3. 그렇군요. 하지만 "음식 선택권은 소비자에 있다"라는 패스트푸드 업계의 주장도 맞는 얘기 아닌가요. 몸에 나쁘면 먹지 않으면 되잖아요.

심리에서 맥도널드 측은 "상식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패스트푸드의 다량 섭취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알 수 있다. 먹고 안먹고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강조했어요.

이에 대해 원고측 변호사인 존 밴자프 조지워싱턴대 법학교수는 "그러나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스스로 책임질 선택을 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어요. 맥도널드 측이 소비자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거지요.

여러분도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패스트푸드를 먹는 경우가 대부분일거예요.

원고 측은 "맥도널드사에 경고문 삽입과 성분기재 등을 요구하여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는데 이번 소송의 목적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지난 7월 1일자로 국내에서도 시행에 들어간 '제조물 책임법(PL법)'에 따르면 위험성을 알면서도 이를 표시하는 의무를 소홀히하면 법적 책임이 따릅니다.

2000년 미 플로리다 법원은 필립모리스 등 5개 담배 제조업체에 흡연 피해를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1천4백50억달러(약 1백74조원)의 배상금 판정을 내리면서 PL법을 적용했답니다.

4. 재판 결과에 따라 앞으로 어떤 파장이 예상되나요? 그리고 패스트푸드 업계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요?

일단 이런 소송이 제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패스트푸드 업계가 받는 타격은 상당합니다. 더구나 재판에서 지게 될 경우에는 앞으로 비슷한 소송들에 연이어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커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패스트푸드 업계는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어요. 지난 3년간 맥도널드의 주가는 60%나 곤두박질했고 올해만도 27%가 폭락,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어요.

업계에서도 이미 이같은 분위기를 지각하고 적극적인 방어전략을 구상 중입니다. 주로 이미지 쇄신과 사업 다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맥도널드는 "앞으로 매장에 제품별 칼로리와 재료가 공개된 책자를 비치할 계획이 있다"며 타협 의사를 비췄어요. 프랑스 맥도널드는 올 들어 '어린이는 일주일에 한번만 맥도널드에 오세요' '뚱뚱한 어린이는 출입을 제한합니다'는 내용의 파격적 광고를 잡지에 게재해 화제가 됐지요.

버거킹.웬디스 등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야채버거.샐러드 등 건강메뉴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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