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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레서블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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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

구글, 페이스북 같은 많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광고로 돈을 번다. 콘텐트나 서비스를 저렴하게, 혹은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기업 광고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방식은 신문과 TV 같은 미디어들이 오래전에 만들어낸 방식이다. 하지만 같은 비즈니스 모델임에도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광고효과가 전통 미디어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업들은 사용자 정보를 분석해 광고를 정확하게 타기팅할 수 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자기 물건에 관심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광고를 보여주기보다 소수여도 살 만한 사람들에게만 보여주는 것이 낫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지난주 우리나라의 IPTV 3사를 비롯한 8개 기업이 힘을 합쳐 어드레서블(addressable) TV광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제까지는 모든 사람들이 TV에서 똑같은 광고를 봐야 했다면, 어드레서블 광고 방식이 적용되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채널을 시청해도 집집마다 서로 다른 광고를 보게 된다. 이는 마치 사람들이 같은 웹사이트에 들어가도 서로 다른 광고를 접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가구별 시청 이력과 가구 구성원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방송사들이 IPTV와 힘을 합쳐 새로운 광고기법을 개발하는 이유는 사용자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는 대형 플랫폼 기업들에 밀려 TV광고 시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확한 사용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으면 광고주가 지갑을 열지 않는 시대가 됐다. 인터넷 기업이 TV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배웠다면, 이제는 TV가 인터넷에서 광고기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