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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건강 돌보는 의대생들

중앙일보

입력

"혈압은 좀 어떠세요."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요. 다 젊은이들 덕분이죠."

지난 27일 오후 6시 대전시 동구 정동 노숙자 전용 의료기관인 희망진료소. 열평 남짓한 비좁은 공간에서 20대 젊은 의료진 20여명이 무척 바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들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하는 일은 환자 접수와 안내, 혈압.혈당 체크, 전문의 진찰에 앞서 환자 상태를 파악하는 예진 등이다. 세시간에 걸쳐 노숙자 40여명을 돌본 젊은 의료진은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으며 환하게 웃었다.

대전 을지의대 봉사동아리 '나누리' 회원인 이들이 노숙자들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9년 12월. 자원봉사에 뜻을 둔 일부 학생들이 주축이 돼 97년 구성된 나누리 회원들은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노숙자들이 의료혜택을 제대로 못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나섰다. 현재 회원은 50여명.

이들은 격주로 수.토요일 오후 여섯시부터 아홉시까지 희망진료소에서 노숙자들을 상대로 의료봉사를 한다. 인도주의 의사실천협의회와 사회선교센터 벧엘의 집은 돈도 없고 건강보험증도 없는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기 위해 이 진료소를 만들었다.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노숙자와 1평 남짓한 단칸방(쪽방)에서 혼자 사는 일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감기는 물론 당뇨병.고혈압.간경화 등 각종 질환을 호소한다.

진료 초창기에는 술 주정을 하거나 욕설 등으로 소란을 피우는 환자가 있어 나누리 회원들이 무척 긴장했으나 이젠 사정이 다르다. 나누리 회장 이혜련(25.여.의학과2)씨는 "처음엔 환자들의 거친 말투 때문에 다소 두려웠으나 지금은 친해져 즐겁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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