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3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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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여자의 행동이 화장이다. 잠을 못자고 밥을 굶어도 화장은 꼭 해야 하는 게 여자다.

작은 화장품병 속에 담긴 여심(女心)을 알고 싶다면 지난 18일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미국계 화장품 회사 맥(M.A.C) 소속의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세 명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고든 에스피넷(41).그레고리 알트(32).테리 바버(36)가 그들이다.

날마다 세계적인 여성 스타들의 얼굴을 만지는 이들의 화장 철학과 노하우를 듣다 보면 아내와 딸의 속내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들은 왜 화장을 하나, 화장이란 뭔가.

▶에스피넷=화장을 하는 이유는 자신의 여러 가지 성격 중 하나를 조금 더 강조해 보여주기 위해서다. 즉 자신의 모습에 상상력을 발휘해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화장이 자신을 '강화하는(enhance)' 수단이지 결코 '바꾸는(change)'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좋은 화장이란 어떤 것인가.

▶알트=화장한 티가 안 나는 화장이다.

▶바버=맞다. 얼굴의 결점을 감춘답시고 가면(假面)같은 메이크업을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화장이 좋은 화장이다.

-주로 여성을 상대할 텐데 어려운 점은 없나.

▶에스피넷=없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도 동성보다 이성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더 신경을 쓴다. 남성적인 시각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또 최소한 메이크업 담당자가 자신보다 예뻐서 고객이 질투를 느낄 일은 없지 않겠나. 매장에서도 남자 판매원의 실적이 대체로 더 높다.

-유명 연예인의 화장을 많이 담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의 화장법 중 보통 사람도 따라할 수 있는 것을 소개해달라.

▶바버=그들의 피부 관리 노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 어떤 색 아이섀도를 칠할까 고민하는 시간을 줄이고 어떻게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 것인지에 시간을 투자하라. 그 다음은 립글로스로 입술을 촉촉하고 윤기있게 보이도록 하는 것과 마스카라를 자신과 어울리게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알트=자신의 얼굴에서 자신있는 한 부분을 강조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입술에 자신이 있다면 맨얼굴에 적절한 색의 립스틱만 발라도 짙은 화장보다 훨씬 아름다워 보인다.

-화장이 인상적인 연예인을 꼽는다면.

▶알트=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핼리 베리다. 그를 볼 때는 화장으로 감춘 얼굴이 아닌 그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연예인의 메이크업을 따라하고 싶다면 핼리 베리처럼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레 드러내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좋다.

▶바버=팝가수 마돈나와 메리 제이 블라이지다. 마돈나는 화장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능숙하고 메리 제이 블라이지는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감각을 표현할 줄 안다.

-방한 목적의 하나가 에이즈 환자 후원 기금 홍보라던데.

▶에스피넷=맥은 1994년부터 전세계에서 '비바 글램' 립스틱을 판매해 얻은 수익금 2천5백만달러를 에이즈 기금으로 조성해 왔다. 그동안 한국지사에서 모은 1억원을 다음달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국제기구 등에 기부할 예정이다.

-화장과 관련해 한국 여성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에스피넷=길에서 마주친 여성의 상당수가 할리우드 스타 못지 않게 화장이 두껍다. 그러나 화장법이 세련돼 전혀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다만 정장에나 어울릴 법한 진한 화장을 청바지.티셔츠 차림에 하는 것은 약간 어색해 보였다.

▶바버=색조 화장을 조금 줄여 얼굴을 투명하게 보이도록 하면 더 아름다울 것 같다. 또 모두가 중성적인 색상을 선호해 다들 비슷해 보인다. 각자의 개성을 더 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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