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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과 점심식사 후 2차 가다 육교서 실족사…"업무상 재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뉴스1]

회사 사장과 늦은 점심 식사를 겸한 회식을 마치고 2차 자리로 이동하던 중 육교에서 실족사한 근로자가 유족의 소송 끝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김국현 수석부장판사)는 숨진 A씨의 배우자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직원 2명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에서 현장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지난해 1월 10일 경기 시흥에서 사장과 둘이서 늦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2차 자리로 이동하던 중 육교를 내려가다가 굴러떨어졌다.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진 A씨의 뇌에선 출혈이 확인됐으며 심정지가 이어지다가 9일 만에 숨졌다.

A씨는 당일 새벽 트럭을 몰고 사장의 집이 있는 경기 시흥으로 가 사장을 태운 뒤 작업 현장인 서울 서초구로 이동했다. 오후 2시쯤 업무를 마치고 다시 사업주 거주지 근처로 돌아와 함께 늦은 점심을 겸한 회식을 했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고 당시 회식에 또 다른 사무직 직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순 친목 도모 자리였다고 봤다. 사망 장소도 통상적인 출퇴근 경로가 아니라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A씨 배우자가 공단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A씨와 사장의 식사가 회식이었으며 사고 당시 A씨가 퇴근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작업 후 사업주 자택으로 이동한 것은 퇴근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라며 "사고는 망인이 퇴근하기 전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 작업이 지연돼 늦은 점심 식사를 겸하는 자리였고 점심 식대 제공은 근로 조건 중 하나였다"면서 "사무직 직원이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행사가 아닌 단순한 친목 도모라고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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