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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물약으로 장 비울 때 속 거북했죠? 맛·냄새 없어 먹기 편한 알약 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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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장 정결제
대장 내시경검사의 정확도를 높여주는 장 정결제가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대용량 마셔야 했던 물약을 알약으로 바꿔 특유의 거북한 맛·냄새 등이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장 세척이 두려워 대장 내시경검사 자체를 기피하는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다. 지난 13일 알약형 장 정결제 오라팡 출시 1주년을 계기로 진행된 학술 심포지엄에는 각종 장 질환 치료에 전념하는 국내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이 모여 새로운 장 정결 방식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들은 알약형 장 정결제가 대장 내시경검사의 정확도를 높여 대장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장 내시경검사 전 장 정결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학술 심포지엄에서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정윤호 교수가 새로운 장 정결 방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대장 내시경검사 전 장 정결의 중요성을 논의하는 학술 심포지엄에서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정윤호 교수가 새로운 장 정결 방식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인성욱 객원기자

대장 내시경검사는 준비 단계인 장 세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소화기내과 정윤호 교수는 “장이 깨끗하지 않은 채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으면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용종을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장암 발생 위험 감소에 도움

문제는 장을 비워 내는 과정이 매우 험난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대장 내시경검사 전에는 총 2~4L나 되는 물약을 마시고, 변을 묽게 만들어 장을 비워낸다. 장 세척 효과는 뛰어나지만 마셔야 할 물약의 양이 많고 특유의 맛·냄새로 복부팽만감·구토·구역 등이 심한 것이 단점이다. 이런 불편감은 장 정결제 복용을 꺼리게 한다. 결국 불량한 장 세척으로 대장 내시경검사의 질을 떨어뜨린다. 정윤호 교수는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사람 열 명 중 두세 명은 장이 더러운 상태로 검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대장 내시경검사 자체를 거부하기도 한다. 국립암센터가 실시한 암 검진 수검 행태 조사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을 받지 않는 이유로 ‘검사 과정이 힘들어서’라는 응답이 다른 암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왔다. 알약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장 세척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은 배경이다.

알약형 장 정결제는 기존 액상형 장 정결제 성분 중에서 장 세척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황산염 액제(OSS·Oral Sulfate Solution)를 알약 형태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장내 거품을 제거하는 시메티콘을 추가했다. 알약형 장 정결제의 가장 큰 장점은 복약 편의성이다. 대장 내시경검사 전 대용량의 물약을 마시는 대신, 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각 14개(총 28알)의 알약을 먹으면 된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수진 교수는 “맛·냄새가 없는 알약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물약보다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알약형 장 정결제로 장을 비워냈더니 장 정결제를 끝까지 복용한 사람의 비율이 95% 이상으로 높았다. 약을 잘 먹고 장을 잘 비워내다 보니 장 세척 상태가 우수한 사람도 90% 이상으로 향상됐다는 평가다.

알약형 장 정결제의 장 세척 효과는 우수하다. 단순히 장만 깨끗하게 비우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알약형 장 정결제(오라팡)의 국내 임상시험을 주도한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박동일 교수는 “같은 성분의 액상형 장 정결제와 비교해 장 세척 상태가 뒤지지 않았고 장벽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대장 내시경 시야를 가리는 거품까지 확실하게 제거한다”고 말했다. 장내 거품 제거는 지난해 유럽 대장 내시경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된 최신 트렌드다. 대장 내시경검사 전 별도로 가루 형태의 거품 제거제를 복용할 것을 권고한다. 정윤호 교수는 “대장 내시경검사 직전에 복용하는 경우가 많아 복용 자체를 잊거나, 너무 늦게 먹어 약효가 나타나기 전에 대장 내시경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거품 제거제가 포함된 알약형 장 정결제는 이를 별도로 복용할 필요가 없다.

장내 거품 제거제 따로 안 먹어도 돼

이를 확인한 연구도 있다. 강북삼성병원·서울대병원·고려대병원 등 국내 8개 대학병원에서 대장 내시경검사 전 새로운 알약형 장 정결제와 액상형 OSS 장 정결제 복용에 따른 거품 발생 여부를 살폈다. 그 결과 알약형 장 정결제를 복용한 그룹은 장내 거품이 남아 있는 비율이 0.9%에 불과했지만, 액상형 OSS 장 정결제 복용군은 이 수치의 90배에 달하는 81.3%가 장내 거품 때문에 내시경검사 중 이를 없애는 조치를 받아야 했다.

최근엔 알약형 장 정결제의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연구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변비 환자 등 대장암 고위험군으로 철저한 대장 내시경검사가 필요한 이들이 대상이다. 장 연동 능력이 떨어져 있어 장 세척이 잘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4L 대용량 물약을 우선 권고한다. 영남대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옥 교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중간 분석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나 변비 환자의 장도 복약 편의성이 우수한 알약형 장 정결제가 효과적으로 비워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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