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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풍경] 신사동 `강남따로국밥`

중앙일보

입력

원하든 원치않든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속풀이 해장국집 몇 곳을 꿰고 있으면 뱃속 편하게 한해를 마무리할 수 있다.

행정구역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이지만 강남 신사동의 간장게장 골목으로 더 잘 통하는 곳에 위치한 '강남따로국밥'. 꽉 막힌 한남대교를 건너 이 음식점을 찾아간 이유는 이렇다.

일주일에 4~5일 술을 마시는 지인(知人)이 있다. '업무상 피치못해'란 낯 간지러운 핑계를 매번 빠뜨리지 않지만 말이다.

만날 때마다 그는 간장게장 골목 해장국집을 칭찬했다. 일요일 아침식사는 애써 차를 몰고가 그 곳에서 해결하는데 일주일 동안 쌓인 숙취가 한꺼번에 풀린다나.

물론 음식점 주인과 자신은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점도 강조했다. 함께 맛보러 가자는 제안을 받은 적도 여러 차례다.

계단을 올라 2층 현관문을 여는 순간 '실패는 아니다'는 확신이 섰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식탁마다 만만치 않게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단일 메뉴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 이 정도면 전문점 수준의 음식을 기대해 볼 만하다.

주문 할 것도 없이 자리에 앉은지 2~3분 만에 식탁에 국밥이 오른다. 어라 그런데 밥.국.김치 딱 세가지뿐이다. '군대 짬밥도 일식삼찬(一食三饌)이었는데…. 깍두기라도 하나 더 내지.' 야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밥그릇 뚜껑을 여는 순간부터 아쉽고 섭섭한 마음은 사라지기 시작한다. 윤기가 흐르는 하얀 쌀밥. 밥만 먹어도 달 것같은 모습이다. 얼른 입에 한술 넣고 젓가락으로 김치를 집는다.

생고추를 많이 써 선명한 붉은 색이 맛깔스럽다. 겉절이 김치는 아니지만 입 안에서 씹히는 기분이 상큼하다. 배추 자체의 단맛도 물씬 풍긴다.

뚝배기 그릇에 담긴 국엔 송송 썬 생파가 한줌 올라가 있다. 그 밑으론 선지와 대파.무, 그리고 대가리를 딴 콩나물이 보인다. 사골과 양지를 고아 끓인 선지국이다. 선지가 연두부처럼 부드럽다. 신선한 선지를 쓴 게다.

푹 익은 대파와 무는 흐물흐물 달고, 콩나물과 생파는 아삭아삭 달다. 국물은 맵지 않으면서도 얼큰하고 시원하다. 이마와 코끝에 땀이 송송 맺히면서 국밥 한그릇이 20분이면 싹싹 비워진다.

한그릇에 6천원. 비싸다는 기분은 들지만 쓰린 속을 달랜 점을 따지면 용서할 만하다. 자체 주차장은 없지만 주변 유료 주차장 두 곳을 빌려쓰고 있어 30분은 무료주차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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