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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세계여행] 시애틀의 잠든 록 박물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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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 ‘MoPOP’ 

어떤 도시는 음악으로 기억됩니다. 미국 ‘시애틀’ 하면 벌써 묵직한 전기 기타 소리가 울리는 듯하지요. 1990년대 초 전 세계를 강타한 록밴드 너바나, 펄 잼, 앨리스 인 체인스 등의 본거지가 이 도시였습니다. 기타의 전설 지미 헨드릭스(1942-1970)가 나고 자란 곳이기도 합니다.

시애틀 한복판에 자리한 록 문화 체험 박물관 ‘MoPOP(뮤지엄 오브 팝 컬처, 옛 EMP)’. 매년 70만 명이 넘는 록 팬이 찾은 이 도시에서는 1년 365일 록 음악이 흐릅니다. 일명 ‘지미 헨드릭스 박물관’으로도 통합니다. 1969년 우드스톡 페스티벌에서 사용했던 흰색 팬더 기타를 비롯해 주요 의상과 친필 메모 등이 남아있습니다. 건물 외관도 헨드릭스가 무대에서 부순 기타를 본 따 디자인했습니다. 대략 500개의 낡은 기타를 3층 높이로 쌓아 올린 조형물 ‘루츠 앤 브랜치스(Roots and Branches)’가 이 박물관의 상징인데, 아마도 그 뿌리엔 헨드릭스의 혼도 함께 심겼을 터입니다.

오는 27일이 헨드릭스의 생일입니다. MoPOP에선 핸드릭스 탄생 77주년 맞아 음악·전시 등 행사를 기획 중이었지만, 최근 감염병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결국 임시 휴장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과거의 열기를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음악과 팬이 사라진 MoPOP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올해는 헨드릭스의 역대 가장 조용한 생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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