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직장인 해장비법] 숙취 쑤욱 내려가는 거 없나

중앙일보

입력

12일 오전 7시30분. 서울 청진동 골목. 해장국밥을 파는 집들이 모여있는 이 골목으로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김모씨(38)는 요즘 거의 출근하다시피 하고 있다.

회사 업무상 술자리가 잦은 데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이 꼬리를 물면서 매일 같이 전날의 숙취를 직장 부근의 해장국집에서 풀고 있는 것이다.

金씨는 "일주일에 서너차례 이곳을 찾다 보니 식당에서 얼굴을 익힌 같은 처지의 샐러리맨들과 눈인사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14인치 TV가 아침 뉴스를 전하고 있는 식당 내에선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뚝배기에 담겨진 해장국을 연신 비워내고 있다.

독신과 기혼을 막론하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것이 연말 술자리. 안 마시자니 주변의 눈치가 보이고 마시자니 고민되는 것은 다음 날 아침의 속쓰림과 두통이다. '술앞에서는 장사가 없다'지만 숙취를 풀기 위한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비법(노하우)'도 만만치 않다.

◇숙취에는 식사가 보약=건강에 유독 신경을 쓰는 중.장년층 직장인들은 음주 후에는 식사가 보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음주 다음날 아침은 반드시 콩나물국.선지국.조개탕 등 신토불이 음식을 거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의사들도 알콜 대사를 촉진시키는 아스파라긴산이 함유된 콩나물국이나 조개국이 숙취 해소에 좋다고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요즘 직장인들은 여러가지 사정상 집에서 끓여주는 해장국을 즐기기보다 회사 근처 식당을 찾는 경우가 많다. 외국계 광고회사에 다니는 朴모(32)씨는 "맞벌이 부부라서 과음한 다음날 아내가 해장국을 끓여주지 못해 거의 집밖에서 속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모(41.변호사)씨는 "가족들이 외국에 나가 있어 술 마신 다음날은 꼭 회사 근처 콩나물국밥집을 찾는다"고 말했다.

출근 시간에 쫓기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직장인들 사이엔선 인스턴트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근 후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를 통해 서로의 속쓰림을 확인한 직장인들은 동료들과 함께 회사 지하 매점이나 근처 분식점에서 얼큰한 해장라면, 김밥과 찐계란으로 속풀이를 하기도 한다.

한편 버터나 마가린 기름을 두르고 구워 낸 식빵 사이에 양파.당근.양상치 등을 버무린 달걀 오믈렛이 들어있는 샌드위치로 해장을 하는 신세대들도 늘고 있다.

주로 새벽에 여의도.시청역.삼성동 등 대규모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포장마차를 찾아가면 약 1천2백원의 저렴한 값에 3분여만에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와 우유를 팔고 있다.

그러나 우아하고 깔끔한 서양식 해장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패스트푸드점이나 테이크아웃 커피점에서 샌드위치와 주스 혹은 햄버거와 커피가 제공되는 세트 메뉴로 술에 지친 위장을 달랜다.

서울 여의도의 증권회사에 다니는 이모(31)대리는 "술 때문에 속이 안좋을 땐 테이크아웃점에서 갈아주는 신선한 주스를 마시면 주독(酒毒)이 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양한 숙취 해소법=숙취 해소를 위해 직장인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것은 속풀이 음료를 사마시는 것이다.

1992년 제일제당이 내놓은 '컨디션'이 첫 선을 보인 이후 폭주를 즐기는 직장인들의 음주 문화와 맞아 떨어져 숙취 해소 음료의 시장 규모가 현재 연간 9백억원대에 이를 정도다.

그 다음으로 직장인들이 애용하는 비법은 휴식이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신모(42)씨는 "점심시간이나 일과 후 사우나를 찾아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으로 숙취를 없애려는 직장인들은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서대문 J내과 의사는 "술자리가 잦은 연말에는 술을 빨리 깨게 해달라며 포도당 주사를 맞으러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