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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식 차 예절] 격식 벗고 편안하게 '애프터눈 티'

중앙일보

입력

영국에도 내세울 만한 식(食)문화가 하나 있다.바로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다.

애프터눈 티를 말 그대로 '오후에 마시는 차'로만 생각하면 오해다.애프터눈 티는 홍차뿐만 아니라 스콘스.쇼트 브레드 등 영국식 스낵이 따라나오는 영국인들의 간단한 한끼 식사다.

전에는 영국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였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주한 영국대사 부인 에니드 험프리를 만나 애프터눈 티의 유래와 영국식 차 예절을 들어봤다.

험프리 부인은 "영국인들은 예절을 매우 중시하지만 애프터눈 티는 한국의 다도(茶道)같은 엄격한 예법은 없다"면서 "요즘 식으로 말하면 '스타벅스'에서 친구들이랑 커피 마시는 것과 똑같다"고 말한다.

펍 등 공공장소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었던 여자들이 삼삼오오 집에 모여 사교하는 수단으로 홍차를 마셨기 때문에 격식보다는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는 쪽으로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꼭 챙겨야 할 예절 몇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중요한 건 시간이다.

"영국인들은 저녁을 오후 8시나 되어야 먹기 때문에 점심을 먹은 후 저녁시간까지 기다리는 동안 허기를 채우기 위해 애프터눈 티를 즐겼다"면서 "이런 전통이 이어져 지금도 오후 4시쯤 애프터눈 티를 갖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애프터눈 티는 1840년 베드퍼드 공작 부인인 안나가 점심과 저녁 사이의 공복을 이기기 위해 차와 간식을 챙겨먹은 데서 유래했다.

애프터눈 티는 한끼 식사이기는 하지만 곧 저녁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찬이 아니라 가벼운 스낵만 먹는다.대개 영국식 비스킷과 스콘스.쇼트 브레드 등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스낵들을 버터.잼과 함께 낸다. 어린이가 있다면 한손에 잡히는 자그마한 샌드위치(티샌드위치)도 좋다.

애프터눈 티를 정식으로 즐기려면 홍차가 담긴 주전자와 뜨거운 물이 담긴 또 하나의 주전자, 물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는 소형 버너, 사람 수만큼의 찻잔,간식을 덜어먹는 앞접시 등을 티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후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차를 따른다. 주전자와 우유.설탕 용기 등은 은제품,찻잔은 본차이나를 쓴다.

험프리 부인은 "특별한 애프터눈 티 예법은 없지만 만약 티 파티를 연다면 안주인이 손님들에게 홍차를 따르고 맨 마지막에 자신의 찻잔에 차를 붓는 게 정통"이라면서 "홍차는 물론이고 비스킷 등도 모두 안주인이 준비하기 때문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빈 손으로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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