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주세요!" 남자 보육교사 증가 추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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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남자가 아이를 본다. 아이들의 아빠는 아니다. 그들은 미혼이다. 아빠도 아닌데 왜? 놀랄 것 없다.

아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리는 세 남자, 이들은 보육 교사다. 일본 오사카의 '세이와 보육소'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키야마 토무(28)와 다치바나 요시히로(28)가 서울의 어린이집으로 현장 연수를 받으러 왔다.

'한국보육교사협의회'와 '일본보육교류연수회'의 교류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남자 보육 교사가 초청된 것이다. 서울 '종로구립 은행나무 어린이집'의 1년차 남자 보육교사 임정수(27)씨가 이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임:일본에는 남자 보육 교사가 많은가요? 저 말고 다른 남자 보육 교사는 처음 만나보네요.

키야마:남자 교사가 많지는 않아요. 제가 근무하는 곳은 교사 40명 중 7명만 남자죠. 남자 교사가 한 두 명밖에 없는 곳도 많아요.

임:한국에 비하면 정말 많은거네요. 대학에서도 동기생 중 남자는 저뿐이었어요. 남학생이 한 학년에 한 명 있을까 말까인 데다 절반은 중도 탈락했죠. 여자들 속에서 혼자 있는 남자는 못버텨낸다잖아요.

키야마: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15~20% 정도가 남학생이었어요. 지금은 절반이 남학생이죠.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보육 교사가 인기 직종으로 자리잡았답니다.

다치바나:부모님도 좋아하세요. 이미지도 좋고 안정된 직업이니까요. 일본에서는 백수로 지내거나 아르바이트만 하는 젊은이들이 많거든요.

임:한국에서는 직업 문제를 떠나 '남자가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 희박해요. 학교 다닐 때 한 보육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한 달 만에 쫓겨난 적도 있어요. 유아 성추행이 사회 문제가 됐던 때라 학부모들이 남자 교사를 꺼린다는 이유였어요. 정말 일 할 맛 안나더군요.

키야마:일본도 예전에는 상황이 나빴어요. 학부모들이 남자 교사를 보고 화들짝 놀라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의 남자 교사를 대하듯 남자 보육 교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죠. 아이들도 좋아하고요.

다치바나:8년 전만 해도 보육 교사 구인 광고에 '남자 사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어요. 취직을 하려다 수십군데에서 거절당했죠. 하지만 지금은 남자 교사가 환영받아요. 남자 교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청이 높기 때문이죠. 요즘엔 모자 가정의 아이들이 많아요. 그런 아이들에게 부성(父性)을 느끼게 해주는 건 남자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이죠.

임:한국에서도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면서 편모 가정이 늘어 남자 교사가 더 필요하죠. 보람은 크지만 보육 교사 봉급으로는 가계를 책임지기 어렵답니다.

키야마:일본에서도 일반 기업이나 초등학교 교사보다 보육 교사의 봉급이 적어요. 하지만 생활비가 모자랄 정도는 아니지요.

임:앞으로 몇 년이나 이 일을 더 하실건가요?

다치바나:몸이 움직이는 한 해야죠. 아이들은 가능성 덩어리예요. 그런 아이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성장을 지켜보는 건 정말 보람 있는 일이죠.

키야마:맞아요. 저도 아이들에게 배우는 게 많아요. 솔직하고 순수한 어린이와 접할 수 있는 건 보육교사만의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다치바나:빨리 결혼해서 아빠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요. 주변에서도 한결같이 제가 좋은 아버지가 될 거라고 평해요. 직업을 잘 선택한 덕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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