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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보다 한발 앞선 코로나 치료제···생산기지 주목받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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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셀트리온에서 생산중인 약품 [사진 셀트리온]

셀트리온에서 생산중인 약품 [사진 셀트리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2차 대유행 속에 치료제 생산 희소식이 본격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항체 치료제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초기 물량도 이미 생산되고 있다. 특히 이 중 일부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생산(CMO)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일러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백신과는 개발 속도의 차이가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7일 “지난 5월 릴리와 위탁생산 계약을 했고, 이에 따라 물량을 생산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미 FDA가 승인한 코로나19 치료제가대량 생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지난달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에 부합하는 초기 물량을 생산하고 릴리에 전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자료사진.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자료사진. [사진 삼성바이오로직스]

양측은 그동안 계약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릴리가 FDA에서 경증 환자에 대한 코로나19 항체 치료제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으면서 공개가 결정됐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최대 100만개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만들어낼 계획”이라며 “내년 1분기부터는 공급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보다 한발 앞선 치료제…릴리 FDA 긴급사용승인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감염 뒤 체내에 형성된 항체를 분리해 치료제로 사용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릴리를 비롯해 리제네론과 한국의 셀트리온 등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은 현재 글로벌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며, 내년 초에는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렘데시비르처럼 약물재창출이 아닌 코로나19 신약 중에는 개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리제네론은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FDA에서 항체치료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일라이릴리 [AP=연합뉴스]

FDA에서 항체치료제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일라이릴리 [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초기부터 백신보다는 치료제가 먼저 개발될 것으로 전망했다. 백신은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임상 조건이나 절차가 치료제보다는 까다로운 편이다. 그만큼 시간도 오래 걸린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빨리 달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백신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다국가적으로 임상 시험을 크게 해서 안전성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야한다”며 “치료제는 타겟이 분명하기 때문에 환자 모집만 잘 되면 백신보다는 임상 기간이 짧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 코로나19 생산 기지로 주목

국내 바이오 기업 코로나 의약품 CMO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 바이오 기업 코로나 의약품 CMO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개발의 고지가 보이는 만큼 백신ㆍ치료제의 대량 생산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중 한국은 코로나19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 위탁생산을 위한 대량 설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생산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분야 선두권에 있는 아스트라제네카ㆍ노바백스 이미 생산 계약을 마쳤다. 백신 생산 설비도 기존 연간 1억5000만 도즈에서 약 5억 도즈 규모로 늘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도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을 웃도는 위탁생산 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주 실적의 5배에 달한다. GC녹십자도 지난달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과 최대 5억 도즈(1회 접종량)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에 합의했다. 향후 CEPI의 지원을 받은 백신 기업들과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위탁생산은 퀄리티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데, 한국 기업들은 믿을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있다”며 “코로나19를 거치면서 한국에서 생산했다는 브랜드 자체가 주는 신뢰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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