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말씀하지 말고 질문에 답변해 주세요. 정도껏 해 주시죠, 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예산결산위원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추 장관이 말을 막고 쏘아붙이며 언쟁을 거듭하자, 여당 소속인 정 위원장까지 제지에 나선 것이다.
추 장관은 자신의 언행을 지적한 정 위원장을 노려봤고, 정 위원장은 추 장관에게 "질문을 다 듣고 답변해달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야당 의원의 질문이) 도발적이고 모욕적"이라고 하자, 정 위원장은 "그렇지 않다"며 오히려 야당 편을 드는 모습도 나왔다.
尹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까? 안 하고 싶습니다"
추 장관은 특수활동비·월성원전 수사 등 현안을 놓고 이날 거친 설전을 벌였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이 먼저 "법무부의 특수활동비 중 직원 격려금으로 일괄적으로 지급되는 것이 있다고 들었다"고 하자, 추 장관은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끼어들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의 돈 봉투 사건' 이후 그렇게 지급되는 것은 한 푼도 없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검찰) 총장을 정치로 떠밀고, (대권 주자로의) 지지율을 올리고 있다"며 "지지율 상승의 1등 공신이 법무부 장관인데, 이렇게까지 지지율을 올려놓고 윤 총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공세했다. 이에 추 장관은 "대답해야 합니까?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며 버텼다.
박 의원이 "국정 전반에 대해 질의할 수 있다"고 재차 답변을 요구하자, 추 장관은 "오히려 국민의힘에 변변한 후보가 없어서 (윤 총장) 지지율을 올려놓는다는 국민 여론도 있다"고 받아쳤다.
언쟁 끝에 "이 정도 답변이면 품위 있는 것"
월성원전 수사 관련 질의에서도 '기(氣) 싸움'은 이어졌다. 박 의원이 대전지검이 진행하는 월성원전 관련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고 하자, 추 장관은 "압수수색영장이 유죄 판단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압수수색영장을 거부하고 핸드폰을 감추려는 검사장도 있지 않냐"며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의 한동훈 검사장을 끄집어내 겨냥하기도 했다.
'1차전'을 끝낸 추 장관은 이어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과 공방을 이어나갔다. 유 의원은 추 장관의 측근으로 꼽히는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지난 8월 현재 자리에 부임한 후, 검찰국 직원 전원에게 현금을 준 사실을 전날 예산소위에서 실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근거를 대주기 바란다"며 "근거를 못 대면 책임을 져야 한다.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라"고 몰아붙였다. 답변 과정에서 추 장관의 언성이 높아지자 유 의원은 "품위 있게 하라"고 했고, 추 장관은 "이 정도면 품위가 있는 것"이라고 맞섰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