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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2023년엔 한국도 위스키 생산국 된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93)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 위스키 증류소에 다녀왔다. 2020년 6월 설립 후 첫 증류를 시작한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는 한국 최초의 크래프트 싱글몰트 증류소를 표방하는 곳이다. 재미교포 출신 대표, 스코틀랜드에서 온 마스터 디스틸러, 그리고 한국의 직원들. 이렇게 3개의 각기 다른 사회에서 살던 사람들이 하나의 뜻을 가지고 힘을 모아 위스키를 만들고 있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 [사진 쓰리소사이어티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영국 크리스프사에서 몰트를 수입해 사용한다. 대부분의 위스키 증류소가 위스키를 만들 때 몰트를 구입해 쓴다. 한국산 보리가 주조용으로 적합한지 영국으로 보내 알아봤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 품종 개량으로 쓸만한 보리가 한국에서 재배된다면 한국산 보리로 위스키를 생산할 수 있다.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사용중인 수입 몰트. [사진 김대영]

쓰리소사이어티스에서 사용중인 수입 몰트. [사진 김대영]

위스키 제조의 첫 과정은 분쇄다. 분쇄도 위스키의 맛과 향을 가르는 요소 중 하나다. 몰트를 어느 정도 크기로 분쇄하느냐에 따라 온수가 몰트와 닿는 면적,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분쇄 입자가 작다면 물이 천천히 통과하고 분쇄 입자가 크면 물이 빠르게 통과한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몰트 분쇄는 분쇄도를 2개로 해 3가지 크기로 한다.

분쇄된 몰트, 그리스트(grist). [사진 김대영]

분쇄된 몰트, 그리스트(grist). [사진 김대영]

3가지 크기로 분쇄된 몰트(그리스트, grist)는 하나로 섞여 당화시킨다. ‘매시턴(mash tun)’이라 불리는 당화조에서 당화가 진행된다. 이때 그리스트와 뜨거운 물이 만나 ‘워트(wort)’가 만들어진다. 워트는 전분이 당분으로 변한 상태로, 굉장히 달콤한 주스 느낌의 액체다. 뜨거운 물은 서로 다른 세 가지 온도로 공급되는데, 물의 온도에 따라 생성되는 당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화조에서 향을 맡아봤는데 구수하고 달콤한 맥아향이 아주 좋았다. 위스키 증류소에 가면 가장 먼저 맡을 수 있는 향이 바로 당화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쓰리소사이어티스 당화조. [사진 김대영]

쓰리소사이어티스 당화조. [사진 김대영]

당화된 워트는 발효조에 들어가 발효된다. 발효조는 영어로 ‘워시백(wash back)’이다. 일부 증류소는 오크통으로 발효조를 만드는데,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스테인리스 발효조를 쓴다. 스테인리스가 관리하기 편하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발효시간은 72시간. 발효는 48시간 정도면 거의 끝나고 이후에는 유산균이 화려하고 다양한 맛과 향을 만든다. 이렇게 발효조에서 워트는 6~8도의 ‘워시(wash)’로 변한다. 맛은 시금털털한 맥주 같다.

쓰리소사이어티 발효조. [사진 김대영]

쓰리소사이어티 발효조. [사진 김대영]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증류기는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증류기 제조 회사인 포사이스(Forsyths)에서 만든 제품이다. 증류기 형태는 아래쪽이 넓적하고 목이 좁아지는 형태다. 증류기 아래쪽과 목을 연결하는 부위가 살짝 들어갔다 나온다. 또 목 끝의 꺾이는 부분은 위로 경사가 아주 약간 있다. 하루에 만들어지는 스피릿은 약 1000L. 이 생산량은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의 작은 증류소인 에드라두어(Edradour)와 비슷하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기. [사진 김대영]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기. [사진 김대영]

발효가 끝난 워시를 1차 증류기에서 증류하면 약 25도의 스피릿이 된다. 이걸 다시 2차 증류기에서 증류하면 74% 알코올의 위스키 스피릿을 얻을 수 있다. 2차 증류로 만들어지는 스피릿은 만들어지는 순서에 따라 헤드, 미들, 테일로 나뉜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미들의 30%만 숙성에 사용하고, 나머지 70%는 다시 증류한다. 스피릿의 향은 굉장히 프루티했다. 몰트향은 살짝 지나가고 신선한 청사과의 프루티한 향이 있었다. 단맛은 강한 편이었고, 깔끔한 스피릿 맛을 보여줬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올해 6월부터 증류를 시작해서 7월에 100개의 오크통에 위스키 스피릿을 채웠고, 현재는 약 300여개의 오크통이 숙성 중이다. 현재 숙성에 사용 중인 오크통은 버진오크, 버번 라이 오크, 쉐리오크(PX 올로로소) 등이다. 크기는 배럴과 혹스헤드, 그리고 작은 쿼터 사이즈도 있다. 숙성에 쓰는 버번 라이 오크는 짐빔 증류소와 헤븐힐 증류소에서 가져오고 있다.

쓰리소사이어티 숙성창고 안의 오크통. [사진 김대영]

쓰리소사이어티 숙성창고 안의 오크통. [사진 김대영]

남양주는 위스키 숙성에 아주 좋은 곳이라고 한다. 여름에는 햇빛이 많이 들고, 겨울에는 추워야 오크통 수축과 팽창이 잘되는데, 숙성창고 위치가 딱 그렇다고 한다. 남양주에서 4년 정도 숙성시키면 스코틀랜드에서 10년 정도 숙성한 것과 비슷할 거라고 한다. 버진 오크통에서 3개월 정도 숙성된 스피릿을 마셔봤다. 색도 황금색이 꽤 입혀졌고, 맛도 바닐라 맛이 강했다. 물론 아직 숙성 기간이 길지 않아 뒷맛에서는 스파이시한 감이 있었다. 오크통 안에서도 스피릿은 달콤하면서 깨끗한 품질을 유지하고 있었다.

버진오크통에서 숙성중인 쓰리소사이어티 증류소 위스키 스피릿. [사진 김대영]

버진오크통에서 숙성중인 쓰리소사이어티 증류소 위스키 스피릿. [사진 김대영]

한국산 싱글몰트 위스키는 2023년 세상에 나온다. 위스키 마니아로서 꿈꿔온 한국산 위스키가 3년 후면 출시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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