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 죽이는 것은 생명을 죽이는 것"…배아복제 반대운동 이동익 신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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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과학은 인간을 행복한 삶으로 초대한다는 점에서 같은 배를 타고 있다. 그런데도 역사를 되돌아보면 둘의 관계는 자주 긴장관계에 놓였었다.

이번엔 생명공학의 '미래'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는 배아 복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에서 배아 복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올 정기 국회에 상정할 움직임을 보이자 기독교계가 반대운동을 펴고 있다.

그 운동의 선두에 서 있는 천주교 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의 총무인 이동익(47.사진) 신부를 지난달 30일 만났다. 가톨릭 대학교에서 윤리신학을 강의하는 이 신부는 교황청의 생명학술원 회원이기도 하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오랫동안 종교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교회가 진실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배아 복제 문제는 완전히 다릅니다. 과학은 편리함과 유용함을 추구함으로써 삶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지요. 그렇지만 그 발전이란 게 삶에 봉사하지 못하고 오히려 위협으로 작용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과학에 제한이 가해져야 합니다."

배아 복제는 수정 5~7일 된 배아에서 불치병 치료용 줄기세포를 얻기 위한 것인데, 그렇게 세포를 제공한 배아는 파괴된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하는 그 순간부터 인간입니다. 아무리 작고 힘없는 미물(수정란)이라도 인간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하느님의 창조물로서, 하느님의 숨결이 개입하는 그 시점부터 인간이지요. 그러니까 배아를 죽이는 것은 생명을 죽이는 것입니다. 사회가 그런 것을 가볍게 여기면 생명중시사상이 큰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렇다면 불치병 환자들의 고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생명이라는 관점에서는 난치병 환자의 것이나 배아의 것이나 다 같습니다.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라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하면 과학자들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있고 생명에 대한 존중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와 특허출원이 더 활발합니다. 이 사회가 종교적 진리를 다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그래도 종교쪽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배아 복제 문제와 관련해 천주교가 원하는 것은 배아 복제와 종간 교잡행위를 금지하고 수정란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 등이다.

이미 바티칸에서는 1997년에 인간복제는 두말할 필요 없고 인간배아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비윤리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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