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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비결' 먼저 당뇨를 막아라

중앙일보

입력

초고령 사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 1백세 이상 장수노인이 2천2백여명을 헤아리고 있다.

세계 최장수 국가인 일본은 이미 1백세 시대를 실감하고 있다.1백세 이상 인구가 1만5천여명을 넘고 있다. 최근 일본 백세인 연구 책임자인 일본 게이오 의대 노부요시 히로세 교수가 강연차 내한했다.

히로세 교수와 국내 백세인 연구단장인 서울대의대 박상철 교수의 대담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1백세 장수노인의 특성을 조명해본다.

-장수를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히로세="당뇨에 주목해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일본 1백세 이상 장수자들의 가장 큰 특성 중 하나는 당뇨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남성은 1.5%, 여성은 2.2%에 불과하다. 오래 살려면 당뇨에 걸리지 않도록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며 스트레스를 덜 받는 등 일반적인 섭생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박상철="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우리 연구결과와도 일치한다.1백세 이상 장수지역이 과거 해안가에서 최근 중(中)산간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중산간지역이란 해발 5백~7백m의 지역으로 공기가 맑을 뿐더러 구릉이 많아 신체의 움직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1백세 이상 장수노인의 건강을 가늠하는 잣대가 있는가.

히로세="일본의 백세노인들을 대상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수십가지 항목을 비교한 결과 알부민 수치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부민 수치가 3.5g/㎗ 이상일 경우는 그 이하인 경우에 비해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치매 비율, 당뇨 등 성인병 대부분의 항목에서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철="한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우리는 3.8g/㎗ 이상이면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 알부민이란 간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이다. 알부민 수치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간의 기능이 좋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노인의 건강과 활력을 가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그렇다면 알부민 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는 뜻인가.

박상철="아니다. 알부민 주사는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공급하는 것이므로 이렇게 해서 일시적으로 알부민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영양과 운동 같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간이 근본적으로 좋아지도록 노력하는 태도가 옳다."

-장수는 유전자 등 운명적 요인이 있는 것 아닌가.

히로세="1백세 이상 장수엔 확실히 유전적.지역적 요인이 있다. 부모에게서 어떤 유전자를 타고 났으며 어떤 지역에서 오래 살았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후천적 노력이다. 일본의 경우 많은 사람이 장수촌으로 오키나와를 떠올리지만 최근 장수지역 순위에서 1위 자리를 나가노 현(縣)에 빼앗겼다.

이유는 나가노 현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교육을 통해 노인들에게 운동을 권장하고 검진을 통해 질병의 조기 발견에 힘썼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1백세 장수노인 현황은.

히로세="일본의 1백세 인구 증가는 가위 폭발적이다. 1950년만 해도 97명에 불과했지만 2000년엔 1만5천4백75명에 달했다.

50년 전엔 85만명 중 1명꼴이었지만 지금은 8천명 중 1명꼴인 셈이다. 일본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4배 가량 많다."

박상철="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1980년 2백24명에서 2000년 2천2백여명으로 20년간 10배 가까이 늘었다. 현재 인구 10만명당 4.7명이 1백세 이상 고령자다.

세계 평균치가 인구 10만명당 1명 정도임을 감안할 때 매우 높은 비율이다. 특이한 것은 한국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11배나 많다는 점이다."

-여성의 1백세 인구가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히로세="전쟁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일본의 경우 지금의 1백세 노인이 유아시절인 1904년 러.일 전쟁을 치렀고 청년시절인 1923년엔 도쿄 대지진이 발생했으며, 중년시기인 40년대엔 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남성이 생명을 잃어야 했다."

박상철="우리도 한국전쟁 등 남성에게 불리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것만 가지곤 이처럼 여성 장수자가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유전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취약하다는 의미인가.

히로세="꼭 그렇지는 않다. 일본 백세인 연구 결과 남성이 숫자는 적지만 건강상태는 여성보다 훨씬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28%가 옷 입기와 외출, 목욕 등 일상생활이 자유로웠지만 여성은 12%에 불과했다.

침대에 누워있는 비율도 남성은 36%였지만 여성은 50%나 됐다. 여성은 남성보다 오래 살지만 골골거린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한국과 일본 간 1백세 이상 노인의 특성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히로세="한국과 달리 일본의 1백세 이상 노인 중엔 아픈 사람이 많다.가장 흔한 질환은 41.8%로 골다공증이 1위였으며 백내장이 39.7%로 2위, 고혈압이 20.6%로 3위를 차지했다. 암도 5.4%였다.

1백세 이상 장수자 중 절반 가량이 거동이 불편해 침대에 누워지내며 치매도 남성 14%, 여성 27%에 이른다. 이 때문에 1백세 이상 노인이 보석(寶石)이었다가 현재는 화석(化石)같은 존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상철="그렇다고 해도 한국이 일본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일본의 경우 의료 환경이 우수해 한국 같으면 1백세 이전에 숨질 노인들도 살려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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