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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업체 단가 깎은 현대중공업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

중앙일보

입력

울산 현대중공업. 뉴스1

울산 현대중공업. 뉴스1

현대중공업의 납품업체 단가 후려치기를 법원이 인정하면서 이례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울산지법 “납품업체에 8억3500만원 지급” 판결

 울산지법 제12민사부(김용두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A업체가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현대중공업이 A업체에 손해배상금 5억원과 미지급 물품대금 등 3억3500만원가량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에 엔진 실린더헤드 등을 납품하는 A업체는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거나 물품 대금을 주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업체는 현대중공업이 2015년 12월 하도급 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어 “단가 인하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경쟁사 협력업체나 중국업체와 경쟁을 통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업체는 당시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하도급거래 모든 품목의 단가를 10% 인하한 행위가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걸었다.

 재판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 현대중공업에 단가 인하에 따라 감액된 3억500만원의 1.64배인 5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다. 하도급법 위반의 경우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번 판결을 제외하면 최근 5년간 1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재판부는 “현대중공업도 당시 조선업계에 불어 닥친 수주절벽과 구조조정 등으로 상당히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단가 인하를 정한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을 참작하고, A업체의 피해 규모 등을 종합해 볼 때 손해액은 5억원으로 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A업체가 자신들이 납품한 물품 하자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체품을 받고 대금은 지불하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대중공업이 A업체에게 미지급 물품대금과 이자 등 3억3000만원가량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하자 원인에 대한 주장이 서로 다를 땐 공신력 있는 제3자에게 판정받기로 계약했는데, 현대중공업 측이 하자 원인을 규명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또 A업체가 무상으로 대체품을 공급하기로 약속했다는 현대중공업 측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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