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 “월매출 5% 기여금 내라” 베일 벗은 ‘제2 타다’ 봉쇄작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3일 모빌리티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왔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타다’ 운행사 VCNC의 가맹 택시 사업인 ‘타다 라이트’. [뉴스1]

3일 모빌리티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이 나왔지만 스타트업 업계는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타다’ 운행사 VCNC의 가맹 택시 사업인 ‘타다 라이트’. [뉴스1]

“플랫폼 운송사업은 또 다른 불확실성을 가지게 됐다. 여전히 택시업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혁신없는 ‘모빌리티혁신위’ 권고안 #약속했던 기여금 면제 사라지고 #300대 넘는 사업자엔 족쇄 채워 #허가대수 총량도 복잡하고 불확실 #진입장벽만 높여 스타트업 “실망”

3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된 ‘모빌리티혁신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강경우 한양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평가했다. 강 교수는 “플랫폼 운송업에서 핵심인 총량 허가는 택시업계 동의 여부를 봐가면서 그때그때 하겠다는 방안이어서 상당히 복잡하고 불확실하다”며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은 뛰어들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혁신위는 플랫폼 운송업과 플랫폼 가맹업, 플랫폼 중개업 등 3가지의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관련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 중 플랫폼 운송업에 대해서는 허가제로 하고 ▶플랫폼(호출·예약, 차량 관제, 요금 선결제 등 가능) ▶차량(13인승 이하 차량 30대 이상) ▶차고지, 보험 등의 최소요건을 규정토록 권고했다.

플랫폼 사업자 3유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플랫폼 사업자 3유형.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스타트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당초 ‘타다’가 더 많이 나올 법을 만들겠다 했지만 결국 택시‘만’ 더 많이 나오는 법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스타트업 진입장벽은 높아지고 기존 택시에 대한 지원은 강화하는 방향이어서다. 이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권고안에 대해 “실망을 표한다”고 발표했다.

“택시만 더 많이 나오는 법 될 것”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플랫폼 운송사업의 핵심 쟁점은 ‘기여금’과 ‘허가 총량’이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는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선 기여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권고안에 ‘면제’는 사라졌다. 대신 보유 차량 100대 미만인 사업자에겐 2년간 기여금 납부를 유예해주기로 했다. 기여금은 300대 이상 사업자의 경우 ▶매출의 5% ▶운행횟수당 880원 ▶허가대수당 월정액 40만원 중 택하도록 했다. 만약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차량 1000대를 1년간 운행한다면 월정액 40만원 기준 총 48억원을 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체에 부담이 더 적은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며 “혁신위 권고에 따라 면제 방안은 빠졌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대수 별 기여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대수 별 기여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스타트업계는 이런 조건으론 택시와 경쟁을 시작할 수조차 없다고 주장한다. 택시는 이미 차량이 있고, 유가보조금 등 지원도 받는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는 차 사고 기사 고용하고, 기여금까지 부담해야 한다. 택시 같은 배회 영업은 못 하고 소비자 호출에만 응할 수 있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중개만 하는 우버와 달리 국내 플랫폼은 운영 부담도 상당히 크다”며 “운행횟수당 300원을 넘는 기여금은 스타트업의 진입부터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스타트업은 몇 대나 면허 허가를 받을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로 사업계획을 짜야 할 처지다. 정부 권고안은 택시 면허 허가 총량을 설정하지 않았다. 심의위원회에서 총량을 조절하도록 했다.

허가기준

허가기준

권고안은 기여금을 ‘개인택시의 청장년 기사 전환시 인센티브, 고령 개인택시 감차’에 활용하도록 했다. 감차가 필요할 만큼 택시면허가 넘치는데, 기여금을 지급해 이 면허를 청장년층에 넘기도록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한 모빌리티 스타트업 관계자는 “택시가 넘쳐나서 플랫폼 택시 허가를 마음대로 못 내주겠다 해놓고 택시면허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지원금 주는 게 말이 되냐”며 “신생 마트더러 재래시장 설비 다 고쳐주고 퇴직금까지 주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택시는 기여금 확보·복수가맹 허용

실제로 플랫폼 시장에서는 운송업을 하겠다는 곳은 없고, 가맹사업만 북적이고 있다. 이미 카카오택시, 마카롱택시 등이 운영 중인 데다 몇몇 대기업도 가맹사업 참여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혁신위의 권고안을 반영해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만들어 내년 4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안대로라면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민의 적지 않은 호응을 받았던 ‘타다’를 대체할 플랫폼 운송업은 찾기 어려워진다. 자칫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을 장담했던 정부의 얘기가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