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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남성 혀 깨물어 3㎝ 절단한 여대생...경찰 "죄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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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일러스트. 연합뉴스

범죄 일러스트. 연합뉴스

성추행을 저항하는 과정에서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에 대해 경찰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면책적 과잉방위"…여대생 불기소 의견 송치 #혀 절단된 남성은 강간치상 혐의 검찰 넘겨져

 부산 남부경찰서는 남성의 혀를 절단한 혐의(중상해)로 고소당한 여대생 A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일 밝혔다. 혀가 잘린 30대 남성 B씨는 감금 및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는 “강제추행하려는 남성을 상대로 한 정당방위”를 주장하고, B씨는 “과잉방위로 인한 중상해”라며 맞서 왔다.

 경찰은 혀를 절단한 행위를 정당방위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은 결과 과잉방위에 해당하긴 하나 형법 제21조 제3항을 적용해 처벌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해당 조항에는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그 행위가 야간에 발생했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당황으로 발생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7월 18일 발생했다. 당시 여행차 부산을 찾은 여대생 A씨는 술에 취해 숙소를 찾아가지 못하고 서면의 한 골목 길가에 앉아 졸고 있었다. 이 때 B씨가 다가와 10분가량 말을 걸었고, 잠시 후 차량에 A씨를 태웠다.

부산 남부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 남부경찰서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이후 B씨는 A씨를 숙소 방향과 정반대인 부산 남구에 있는 황령산 등산로 쪽으로 차를 몰기 시작했다. A씨는 황령산 등산로에 차를 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일 오전 9시 25분쯤 B씨의 혀를 깨물어 혀끝 3㎝가량이 절단됐다.

 이에 B씨는 곧바로 A씨를 데리고 인근 지구대로 가서 중상해 사건으로 고소했다. A씨는 지난 8월 6일 B씨를 강간치상으로 맞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진술이 엇갈려 차량 블랙박스 영상과 폐쇄회로TV(CCTV)로 이동동선 등을 분석했다”며 “정당방위 심사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A씨의 행위는 면책적 과잉방위에 해당돼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남성은 강간치상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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